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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규제들

허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04 17:10

수정 2017.07.04 17:10

[현장클릭]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규제들

며칠 전 늦은 밤, 서울 합정역 인근 번화가에서 집으로 가는 택시를 타기는 하늘의 별따기였다. 지나가는 택시들은 '빈차' 등을 끈채 손님을 골라 태우고 있었다. 그날 집으로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카풀 애플리케이션(앱) 풀러스를 실행시킨 덕이다. 풀러스에 집을 목적지로 입력하자 1분도 안돼서 차량이 배치됐다. 풀러스가 아니었으면 집에 오는 택시를 잡기 위해 수십분을 길거리에서 허비했을 테다.

혁신적인 교통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일반 소비자들에게 확산되지는 못하고 있다.


당장 카풀 서비스인 풀러스는 불법과 합법의 모호한 경계에 서 있다. 출퇴근 시간이 아니면 돈을 받고 카풀을 할 수 없다는 법이 풀러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출퇴근시간이라는 애매모호한 법 규정은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지난달 풀러스는 운전자가 자신의 출퇴근시간을 직접 정할 수 있는 '출퇴근시간선택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달이 바뀐 7월에도 여전히 이 서비스는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풀러스만의 얘기가 아니다. 이용자들의 택시 이용 문화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 카카오택시는 법 때문에 서비스 확장을 하지 못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반드시 택시에 부착된 기계식 미터기로 요금을 계산해야 한다는 법에 가로막혀 자동결제 서비스를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이 법만 없었어도 이미 앱 미터기로 계산된 택시요금을 미리 등록한 카드로 결제할 수 있었을테다.

탄력요금제 적용도 어렵다. 글로벌 기업인 우버는 이미 우버풀이라는 탄력 요금제를 적용하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목적지가 비슷한 사람들이 우버 이용요금을 나눠내는 요금제도다. 이용자는 더 저렴하게 목적지까지 갈 수 있고 운전자는 같은 거리를 운행하더라도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하지만 카카오택시가 이 제도를 도입하는 순간 불법 서비스가 된다. 일단 합승 자체가 불법이고 미터기 요금이 아닌 다른 요금을 더하거나 빼는 것도 불법이다. 택시를 잡기 어려운 시간에는 기존보다 더 비싸게라도 택시를 타고 싶은 사람들이 많지만 카카오택시는 법에 가로막혀 이런 탄력요금제를 아이디어로만 가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택시만의 얘기도 아니다. 규제에 가로막혀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사례는 너무도 많다. 당장 개인정보보호법과 충돌하는 빅데이터 관련 사업은 꽃도 필우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빅데이터가 4차 산업혁명의 '원유'라는데 우리 기업들은 규제에 가로막혀 한숨만 내쉬고 있다.

지난 정부도 수차례 규제개선을 외쳤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규제때문에 못살겠다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이번 정부가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판만 세울게 아니라 그 옆에 규제 상황판을 설치하라는 김인호 한국무역협회 회장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하는 이유다.


오는 8월 출범할 4차산업혁명 위원회의 첫번째 과제는 역시 규제개선이다. 산업간 융합과 새로운 아이디어에서 나오는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가 있다면 사회적 합의를 통해 과감히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규제만 개선해도 우리 삶은 한층 더 편해질 것이고, 거기서 새로운 가치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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