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구글 독점을 도와주는 한국의 규제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05 17:03

수정 2017.07.05 17:03

[특별기고] 구글 독점을 도와주는 한국의 규제

지난 6월 27일, 유럽연합(EU)은 구글이 검색서비스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남용했다며 3조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검색엔진의 지배력을 남용해 자사의 쇼핑 서비스를 우대했고, 이를 통해 불법적인 이윤을 취했다는 것이다. 구글은 선탑재 행위를 통해 모바일 시대 핵심 플랫폼인 운영체제(OS)와 애플리케이션(앱) 마켓에서의 지배력을 자사의 수많은 서비스로 확장시킨 점에 대해서도 조사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통신기술(ICT)은 기술발전이 매우 빠르고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변화, 발전한다. 짧은 기술생애주기, 승자독식과 쏠림현상, 글로벌 유행성 등이 맞물려 지속적으로 진화하며 규제정책이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매우 지대하다. 또 국경 없는 서비스가 가능하므로 영토 기반의 규제개념에서 탈피해야 한다.
특히 규제가 기술혁신에 장애가 될 경우 기업생애주기에서 행정비용을 증가시키고, 신기술의 제품화 및 시장진입을 지연시키게 된다. 이러한 규제가 국내사업자에게만 적용된다면 결국 국내산업의 사기저하와 국익상실로 이어지게 된다. 2016년 구글은 국내 앱 마켓을 통해 4조465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에 대해 구글이 한국에 세금을 납부했는지는 미지수다. 한편 국내 대표 인터넷기업인 네이버는 2016년 4조원 넘는 매출을 기록하며 2579억원의 법인세를 납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영국과 이탈리아가 구글을 상대로 세금을 추징한 것은 국내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거 저작권 관련 소송에서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네이버와 다음을 대상으로 과거의 저작권 침해 부분에 대해 상당 규모의 금액을 보상하도록 요구한 반면, 유튜브에는 과거의 저작권 침해에 대한 보상은 논의하지 않기로 한 것은 외국기업에 대한 법 집행력이 곤란할 것이라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다.

구글은 이미 유럽,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고히 하고 있으며, 오히려 국내시장에서 구글의 비독점 상황이 부자연스러울 정도다. 그러나 구글의 글로벌 독점력이 국내시장으로 전이되지 않으리라는 것은 안일한 판단이다. 과거 구한말 일제의 철도, 광산 등 국내 핵심산업 점령에 우리는 어떠한 저항도 할 수 없었다. 그들은 오히려 우리의 근대화를 본인들이 제공했다고 항변하기조차 한다. 이러한 상황의 근본적 이유는 주권상실이다.
현재 국제거래에 있어서 각종 조약 및 협정 등의 이유로 특별히 내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곤란하다 할지라도 명실공히 독립된 주권국가로서 내국민에게 오히려 불리한 규제를 국가가 주도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외국기업의 압세에 국내기업을 적극적으로 보호는 못할망정, 정부가 규제정책으로 외국기업의 독점화를 돕는 것은 국내사업자에게도 국민에게도 씁쓸함을 자아내지 않을 수 없다.
국가는 누구를 위해 규제라는 막강한 공권력을 행사하는지 다시 한 번 근본적으로 곱씹어봐야 한다.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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