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주문·계산·배달까지… 이젠 모두 무인(無人)시대

오은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10 11:10

수정 2017.07.10 11:10

#.서울 봉천동의 CU편의점 앞 대형 물품보관함. 미리 휴대폰으로 받은 인증번호 6자리를 누르자 보관함 문이 '탁' 소리를 내며 열렸다. 안에는 조금 전 배달받은 택배 물품이 들어있다. 11번가가 운영하는 무인 택배 서비스, '11픽 락커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11번가에서 주문할 때 배송지 정보 입력에서 '락커'라고 표시된 무인택배함을 선택하면 이용할 수 있다. 택배를 맡길 곳이 없는 1인가구나 여성고객이 자주 이용한다. 무인택배함 이용객 오모씨(23)는 "원하는 시간에 찾을 수 있고 고가의 물건을 샀을 때 잃어버릴 염려가 없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11번가가 서울 봉천동에 운영 중인 '11픽 서비스' 무인택배함 /사진=오은선기자
11번가가 서울 봉천동에 운영 중인 '11픽 서비스' 무인택배함 /사진=오은선기자

이처럼 유통업계에서 무인서비스는 이미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계산할 때도 배달을 시킬 때에도 사람들과 부딪힐 일이 없다. 점원은 최소한의 인원만 두고, 무인 주문·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다. 4차산업혁명의 도래로 인공지능(AI)이 발전하면서 무인시스템 도입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간편하게, 또 원하는대로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롯데슈퍼 대치2점. 계산하려는 손님들이 4~5명씩 줄을 서 있었다. 카운터에 서 있는 직원은 2명. 밀려있는 손님들을 셀프계산대로 안내하고 나머지 한 대의 계산대를 지키는 역할이었다. 계산대 오른쪽에 물건을 올려 놓기만 하면 기계가 알아서 바코드를 찾아 찍는다. 360도 모든 면에 바코드를 인식하는 센서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고객은 계산대 왼쪽에서 '결제하기' 버튼을 누르고 결제방법을 선택해 계산만 하면 된다. 일일이 바코드를 찾아야하는 수고로움을 없앤 이 셀프 계산대는 롯데슈퍼 소형점포를 중심으로 점점 확대될 예정이다.

서울 강남구 롯데슈퍼 대치2점에서 손님들이 셀프 계산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오은선기자
서울 강남구 롯데슈퍼 대치2점에서 손님들이 셀프 계산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오은선기자

대표 패스트푸드업체인 맥도날드도 무인 주문기를 확대 중이다. 키오스크라고 불리는 이 무인주문기는 전국 180여개 매장에 설치돼 있다. 국내에서는 본사인 미국보다 빠른 2015년 8월에 이미 국내 매장에 도입됐다. 매장에서 먹을지 포장할지를 선택한 후 메뉴를 고른 뒤에는 재료추가 등 제품 구성도 변경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카드를 꽂았다 빼면 주문 완성이다. 서울역 맥도날드에서 키오스크를 이용하던 한 시민은 "길게 줄서지 않고 음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손님 입장에선 훨씬 편하다"며 만족해했다.

1인가구, 젊은층 중심으로 확대
무인시스템 확대는 4차 산업혁명과 함께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업계에선 4차산업혁명의 주역인 20~30대를 중심으로 점점 무인시스템을 선호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인터넷쇼핑몰, 슈퍼 등 유통업계는 일상과 가장 밀접한 곳에서 '생활혁명'을 주도하고 있다.

무인택배함을 운영하는 11번가는 1인가구가 많은 동네를 선정해 '11픽'을 운영하고 있다. 택배 물건을 안심하고 맡길 곳이 필요한 맞벌이 부부, 다세대 주택 거주자 등 젊은 층을 겨냥한 것이다. 셀프계산기를 설치한 롯데슈퍼 대치2점은 30대 직장인 이용객이 많은 곳이다. 최신기기 사용에 익숙한 젊은 이용객들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다음 설치 지점을 선정할 예정이다. 서울 롯데월드타워에 위치한 셀프 계산 편의점 '시그니처'를 운영하는 세븐일레븐 또한 인오피스 형식의 시그니처 2호점 출점을 고심중이다.
한국맥도날드 장고운 과장은 "키오스크 도입 후 계산대 앞에 길게게 늘어서 있던 줄이 많이 줄었고 매장 순환율도 빨라서 '우리도 키오스크를 도입해 달라'고 요청하는 매장도 많다"고 설명했다.

한편으로는 무인시스템의 확산으로 아르바이트 같은 단순직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알바노조 최기원 대변인은 "일자리 문제와 상관없이 기계화는 계속 이루어져 왔다"며 "기술이전에 따른 갑작스런 일자리 상실에 대한 부분은 기업이나 정부가 임금소득 이외의 복지 차원에서 책임지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지적했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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