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yes+ Health] 그녀의 말못할 속앓이.. 불임을 부르는 병, 자궁질환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06 16:58

수정 2017.07.06 16:58

국내 자궁근종 환자 33만명
작년 기준 5년만에 18% 이상 증가 주 출산 연령층 20~30대가 20% 피임약 복용 등 호르몬 영향 커
조기 발견·치료가 중요 크기 작은 근종은 복강경으로 치료 한약재 수증기 쐬는 좌훈도 효과적
[yes+ Health] 그녀의 말못할 속앓이.. 불임을 부르는 병, 자궁질환


우리나라 부부 다섯 쌍 중 한 쌍은 아이를 낳고 싶어도 쉽게 갖지 못해 고민하고 있다. 만혼이 자연스러워지면서 생식력이 점점 떨어지는 게 원인이다. 특히 여성의 자궁.난소는 생체시계의 큰 영향을 받는 장기 중 하나다. 자궁.난소는 20대에 기능이 가장 활발하며 30대부터 서서히 떨어지다 평균 35세를 전후로 눈에 띄게 퇴화한다.

또 여성의 자궁질환도 증가하고 있다.

6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자궁근종 환자는 2012년 28만5120명에서 2016년 33만7732명으로 5년 만에 18% 이상 증가했다.
40대 환자가 15만5496명으로 전체의 절반 정도를 차지했으며 50대가 9만3649명으로 뒤를 이었다. 주 출산 연령층인 20대와 30대도 각각 9359명과 6만863명으로 전체 환자의 약 20%에 달했다.

박웅 경희보궁한의원 원장은 "자궁질환을 앓는 경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지만 자궁건강이 악화되면 자칫 '불임'이라는 결과로 돌아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며 "단순히 기능상실에 그치지 않고 여성성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잃다보니 심리적 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자궁근종 등 자궁질환 불임의 대표 원인

의료계에서는 여성불임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자궁질환을 지목한다.

불임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자궁질환은 △자궁근종 △난소낭종(자궁내막증) △다낭성난소증후군 △자궁선근증 등이다. 이들 자궁질환은 대부분 확실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생활환경, 식습관, 스트레스, 가족력등 다양한 원인이 제시되고 있다.

최근에는 초경을 시작하는 연령이 빨라지고 있지만 30대 이상까지 출산하지 않는 미혼여성이 늘어나고 있다. 이 경우 여성호르몬의 영향으로 자궁근종이 더 쉽게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에스트로겐이 함유된 피임약을 자주 복용하거나 폐경기에 호르몬제를 과다 복용할 경우에도 자궁근종이 생길 위험이 높아진다. 반대로 폐경기에는 근종 발병 위험이 낮아지는 것을 봐도 호르몬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엔 자궁내막증 환자도 급증하는 추세다. 자궁내막증은 자궁내막 세포가 비정상적인 곳에 위치해 통증이나 유착을 일으킨다. 자궁 안에 있어야 할 내막 조직이 자궁이 아닌 나팔관, 복막 등의 부위에서 증식하는 형태다. 생리 때 생리혈이 난관을 통해 복강으로 역류해서 주로 골반 쪽에 자리를 잡고 크고 작은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이는 단순히 생리통과 골반통을 유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난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30~40대 여성 환자비율이 전체 환자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자궁질환, 조기에 발견 치료해야

자궁질환은 당장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칫 치료시기를 놓쳐 증상이 악화될 경우 불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다낭성난소증후군은 월경불순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질환으로 정상적인 배란이 이뤄지지 않아 임신을 기대하고 있는 경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자궁내막증은 초기엔 약물요법으로 생리를 일시적으로 멈추게 하거나 생리는 하되 생리량을 줄여보는 것으로 병의 진행을 늦춘다. 단 난소에 4㎝ 이상 자궁내막증의 병변부위가 관찰되는 경우 복강경수술을 고려하게 된다.

자궁근종은 크기가 작은 경우에는 비침습적 치료인 복강경, 용해술, 색전술 등으로 치료하게 된다.

하지만 자궁질환을 진단받고도 몸에 칼을 대는 데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다. 이 경우 비침습적 보존적 치료를 시행하는 한방치료도 대안으로 고려해 볼 수 있다.

박웅 원장은 "한의학에서는 자궁질환은 자궁에 나쁜 피인 어혈덩어리가 쌓여 기가 흐르는 통로를 막는 데서 기인하는 것으로 본다"며 "기가 부족하거나 혈액순환이 원활치 못하거나 찬 기운에 몸이 상하거나, 생식기관이 약화되는 등 다양한 요인들이 자궁기능을 약화시켜 질환을 초래하는 것으로 파악한다"고 설명했다.

자궁질환 한방치료는 어혈을 풀어주고 혈액순환을 돕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주로 질에 약물을 삽입하는 '한방좌약'과 여성건강에 좋은 한약재를 끓여 수증기를 환부에 쏘이는 '좌훈' 등의 방법이 사용된다.

박 원장은 "직장, 질, 요도 등은 외부와 연결된 장기로 내부가 약물 흡수가 용이한 점막으로 이뤄져 있다"며 "한방좌약 '보궁단'을 자궁근종에 치료에 사용하면 근종 크기를 줄여주고 자궁건강을 도와 임신 가능성을 높여준다"고 말했다.

좌훈은 한약재를 끓여서 나오는 증기가 환부에 들어가 살균, 소염, 자궁평활근 수축, 영양공급 효과 등을 효과를 낸다. 이때 자궁부속기와 항문 주위의 혈액순환이 왕성해져 하복부 속 노폐물과 지방질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자궁질환은 치료 후 재발 가능성이 높은 편이어서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치료를 통해 이를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
따라서 평소 아랫배를 항상 따뜻하게 유지하고, 제철 음식과 채식 위주의 올바른 식생활을 실천하며, 금연.금주하고, 무분별한 성생활을 피하고,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취미생활을 가지도록 한다. 또 하루 30분 이상 운동하고, 불규칙적인 배란 유발을 막기 위해 낮에 활동하고 밤에는 쉬는 생활패턴을 유지하도록 한다.


박 원장은 "자궁질환 등 여성질환을 진단받은 뒤 수치심과 두려움을 느끼고 치료를 미루다보면 후회할 수 있다"며 "평소 정기검진을 꾸준히 받고, 평소와는 다른 생리 양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