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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10년 뒤 성장률 0.4%.. 우울한 한은 보고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06 17:10

수정 2017.07.06 17:10

고령화 못 막으면 급락 새 정부 경각심 가져야
한국은행이 6일 고령화 보고서를 내놨다. 고령화가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봤다. 그랬더니 꽤 우울한 숫자가 나왔다. 앞으로 10년 뒤인 2026년부터 10년간 성장률이 평균 0.4%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2036년부터는 0% 안팎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고령화가 걱정이라고 꾸준히 말해왔다.
작년 7월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난 뒤 기자간담회에서 "저출산·고령화가 빨리 진행되고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잠재성장률 하락 추세는 충분히 예견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후 한은은 1년간 연구에 매달린 끝에 고령화 보고서를 발표했다.

성장률 '둠스데이'(최후의 날) 시나리오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여러 연구기관에서 저출산.고령화 탓에 잠재성장률이 1% 아래로 떨어질 것이란 관측을 내놨다. 그때마다 일본이 선행 사례로 거론됐다. 하지만 한은 보고서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그만큼 경제성장률 전망에서 중앙은행이 지닌 권위는 절대적이다.

한은이 조목조목 대응책까지 제시한 것도 특이하다. 보고서는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높이고,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도 높일 것을 제안했다. 또 로봇.인공지능(AI) 등 기술혁신을 통해 노동생산성을 높이면 그나마 성장률 충격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중앙은행은 저출산 대책을 짜는 기관이 아니다. 그럼에도 굳이 한은이 팔을 걷어붙인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저출산 문제를 가볍게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성장률은 2~3%대를 유지했다. 이 정도면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라고 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는 착시다. 정부는 거의 해마다 추가경정예산을 짰다. 그 때문에 성장률 수치에 거품이 끼었다. 요컨대 재정으로 성장률을 떠받쳤다는 얘기다. 하지만 세금으로 무한정 성장률을 지탱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고령화가 깊어질수록 세금을 내는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든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인구 고령화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지금 생각하면 탁견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뒤를 이은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 고령화는 제대로 다뤄지지 못했다. 이제 문재인정부가 다시 고령화 이슈를 국가 어젠다로 끄집어내길 바란다. 소득주도성장도 출산율이 뒷받침해야 빛을 본다.

한은은 2016∼2025년 성장률이 연평균 1.9%로 떨어질 걸로 봤다. 이래선 10년째 넘지 못한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의 벽을 깨기 힘들다. 한은이 제시한 대책 외에 이민 확대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민은 인구절벽 충격을 줄일 완충장치로 꼽힌다. 고령화 극복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골치 아프다는 핑계로 더 이상 뒤로 미루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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