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교통지옥’ 뉴욕

맨해튼에서 가장 큰 기차역을 꼽으라고 하면 단연 펜실베이니아 스테이션(Pennsylvania Station)을 꼽을 수 있다. 흔히 '펜 스테이션(Penn Station)'이라고 불리는 이 역은 하루 60만명 이상이 이용하고 있는 서반구에서 가장 바쁜 기차역이라고 한다.

코리아타운이 있는 맨해튼 32번가에서 서쪽으로 걸어서 약 5분 거리에 있어 뉴욕에 와본 한국인들 중 상당수도 펜 스테이션에 대해 알고 있다.

펜 스테이션은 앰트랙 기차와 뉴저지 기차, 그리고 롱아일랜드 기차 등 3개 기차 노선이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3년간 이 기차역을 이용하는 통근자들과 여행객들이 얼굴을 붉히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걸핏하면 기차 고장과 선로 문제로 기차 운행이 지연되면서 연착 사태가 잇달아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에는 펜 스테이션에서 출근시간대에 기차가 탈선해 마주 오는 기차와 아슬아슬하게 스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또한 터널 전력공급 문제로 승객들이 멈춰진 기차 안에서 무려 3시간이나 갇혀 있는 상황도 발생했다.

끝없는 불편에 승객들의 분노는 극에 달한 상태다.

특히 지난 수개월간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는 기차 연착으로 일부 통근자들이 기차공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하는 상황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통근자들은 기차 운행 지연과 취소로 출근이 늦어져 직장에서 불이익을 받았고, 구직자는 면접 인터뷰를 놓쳤으며 신체적·정신적으로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송에 참여한 한 통근자는 "매달 기차요금으로 300달러(약 35만원)를 쓰고 있다"며 "소송에 참여한 이유는 우리가 내는 요금만큼의 서비스를 제공받을 권리를 주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자 뉴욕과 뉴저지 교통공사는 7월 중순부터 8월 말까지 약 두달 동안 펜 스테이션의 대대적인 선로보수공사를 단행할 계획이다.

공사가 시작되면 기차 운행이 20~25% 축소돼 통근자들이 상당한 불편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각 열차 운영회사들이 대책을 마련하고는 있다고 하지만 정상 때보다 기차 운행이 대폭 줄어들면서 기차당 탑승승객이 대폭 늘어나고 이에 따른 연착이 심해져 여름 내내 통근길 혼잡과 불편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와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는 올 여름 펜 스테이션 수리가 시작되면 뉴저지와 뉴욕 간 통근자들이 우회교통수단을 사용해야 됨에 따라 교통대란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쿠오모 주지사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맨해튼에서 가장 번잡한 기차역인 펜 스테이션 보수공사 지원을 요청했다.

쿠오모 주지사는 서한에서 "펜 스테이션은 개탄스러운 상태로 몇 년째 방치되고 있다"면서 "여기에 두달간 개보수공사까지 진행되면 여름철 교통대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전폭적인 예산지원을 요구했다.

그는 이어 통근자들에게 있어 올여름은 지옥(summer of hell)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펜 스테이션의 이 같은 문제는 뉴욕과 뉴저지의 노후화된 인프라 구조와 시스템의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뉴저지와 맨해튼 사이에 있는 허드슨강 터널은 지은 지 100년이 넘었다. 기차터널뿐만 아니다.
뉴욕시 곳곳의 지하철과 고속도로, 교량시설도 개보수공사가 계속 반복되고 있다.

미국의 한 이사전문업체 조사에 따르면 2016년 미국에서 가장 인구 유출 비율이 높았던 주는 뉴저지이고 뉴욕은 일리노이에 이어 세번째로 높았다. 물가와 세금은 오르고 출퇴근길은 짜증만 나니 누가 살고 싶어 하겠는가? 쿠오모 주지사가 언급한 '지옥 같은 여름'으로 뉴욕과 뉴저지의 인구 유출률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jjung72@fnnews.com 정지원 뉴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