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차장칼럼] 中企 대표들 먼저 달라져야

최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09 17:21

수정 2017.07.09 17:21

[차장칼럼] 中企 대표들 먼저 달라져야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의 현안을 두고 중소기업계의 반대가 심해지고 있다.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처사라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이 아예 터무니없는 일은 아니다. 대기업에 납품 기일을 맞춰야만 생존할 수 있는 벤더 입장에서 보면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이나 근로시간 단축이 경영 자체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뿌리산업 중소기업들은 할 말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작 '9988'로 일컬어지는 중소기업 종사자들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지난주까지 중소기업에 근무하던 한 여직원은 사직서를 내야만 했다. 사정은 이렇다. 건강검진 결과가 나왔는데 자궁근종이 발견됐다. 정밀검진을 받기 위해 회사에 휴가를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금이 얼마나 바쁜 기간인지 알지 않느냐"는 것. 그 여직원은 1주일에 나흘 이상을 야근한다. 보통 새벽까지 근무한다. 심지어 이 여직원의 어머니는 새벽 2시에 퇴근을 하면 "오늘은 그래도 일찍 끝났네"라고 말할 정도다. 야근을 한다고 해도 다음날 출근시간은 동일하다. 오전 9시. 이렇게 몇 년을 보냈지만 이번에 정말 안 되겠다 싶어 휴가를 신청을 했고,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자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사직서를 제출하자 돌아온 말은 더 가관이었다.

"이 업계 좁은 거 알지, 나중에 딴 곳에 취직해서 이러쿵저러쿵 떠들고 다니면 가만두지 않겠다"였다.

또 다른 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원은 1주일에 5일을 야근한다. 원래 자신이 맡은 일은 3명이 하던 일이라고 한다. 그런데 몇 년 전에 1명이 그만두고, 2명이 하다가 이젠 그마저 떠나서 혼자서 일을 하고 있다. 회사 사정이 어려우니 그냥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는 실정. 야근수당이라는 말조차 꺼내지 못하는 게 분위기다. 한밤중이든 주말이든 언제나 전화기는 대기 상태다. 전화를 받지 않으면 불벼락이 떨어지는 게 현실.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혁신을 위해 노력하는 중소기업 대표들이 있다. 조금 더 나은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해 공부도 열심인 사장들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은 게 현실이다. 교육부나 중소기업청 등 정부의 정책자금만으로 연명해 나가는 중소기업들 역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매출을 늘리거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것엔 아예 관심이 없고, 현실에 안주해 이대로 흘러가기만 바란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유연한 사고와 빠른 의사결정이라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현실은 '까라면 까지, 왜 말대꾸냐'는 식의 문화가 지배적이다.

중소기업 대표들이 먼저 변해야 한다. 세상은 끝없이 변화하고 있다. 특히 젊은이들의 사고방식은 저 앞에 가 있다.
생각과 문화가 기성세대와는 다르다.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이제라도 어떻게 하면 좋은 기업으로, 강소기업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혁신하고 성장해 나갈 것인가를 깊이 있게 뒤돌아볼 때다.

yutoo@fnnews.com 최영희 산업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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