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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G20 순방 결산] 대화→압박→대화… 불완전한 이중주 해소가 관건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09 17:25

수정 2017.07.09 22:00

베를린에선 "대북대화" 제의 미.일 정상 만나선 압박 공조
제3의 길 위한 노력 필요 미.일 강경노선과 조율 절실
북.중.러 공조도 해결과제로
[獨·G20 순방 결산] 대화→압박→대화… 불완전한 이중주 해소가 관건


【 함부르크(독일)=조은효 기자】 지난달 말 북한과의 대화 조건을 제시한 '워싱턴 구상'에서 시작된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대장정이 대화와 압박을 담은 '베를린 구상'으로 11일 만에 마무리됐다. 취임 58일 만인 지난 7일(현지시간) 4강 외교를 신속히 마무리하면서 북한문제에 일단 큰 걸음을 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역설적으로 큰 걸음이었던 만큼 현실에선 메꿔야 할 부분도 많다. 가장 큰 숙제가 바로 '대화'와 '압박'의 메시지가 '하나의 패키지'로 작동되게 하는 것이다.

'압박 기조로 대화를 유도한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의 표현을 빌리자면 평화적 압박 작전(peaceful pressure campaign)이다.


대북포용정책이나 대북강경책이라는 기존의 프리즘으로 보자면 불과 하루 사이 대화와 압박의 메시지가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좌충우돌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평화적 압박작전이란 '제3의 길'이 하나의 패키지로 작동하기까지 이런 대화와 압박의 불완전한 이중주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그 대표적인 장면이 지난 5일이다. 문 대통령은 독일로 향하는 전용기에 오르기 직전 전날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도발에 전례없이 한.미 양국의 무력시위를 지시했다. 때문에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북한의 도발로 결국 '대화'에서 '압박'으로 전환, 또는 굴절됐다는 보도가 속속 타전됐다. 이런 전망은 불과 10시간 뒤 베를린 동포간담회 연설문 초안이 배포되면서 보기좋게 빗나갔다.

■'압박'에서 '대화'로

문 대통령은 5일 독일 현지 도착 첫 일정인 동포간담회에서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 재개에 미국의 동의와 지지를 확보한 건 매우 중요한 진전"이라며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에 힘을 실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연설문이 배포되자 베를린에 도착한 기자들은 일제히 서울로 전화를 돌리기에 바빴다. '대북강경책'이라고 썼던 기사를 '대화 원칙 재확인'으로 방향을 틀어야 했기 때문이다.

북한의 도발에서 나온 문 대통령의 대화기조 원칙은 역설적으로 선명하기 그지 없었다. 이런 기조는 이날 오후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과의 면담, 다음날인 6일 오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도 이어졌다.

그중 대화기조의 하이라이트는 6일 베를린 구상으로 불리는 독일 쾨르버재단 연설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추석명절(10월 4일) 이산가족상봉 제의와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포함한 남북대화 재개 등 총 4단계 대북 대화 제의 구상을 밝혔다.

북한에 대한 압박성 발언도 있었지만 근간은 '대화'였다. 7일 베를린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첫 정상회담 역시 '대화' 기조가 '압박'에 앞섰던 것으로 보인다.

■'대화'에서 '압박'으로

대화기조가 다시 압박으로 무게 중심을 탄 건 이날 저녁 함부르크에서 한.미.일 3국 만찬회동을 하면서부터다.

3국 정상은 다음날 오후 "북한이 태도를 바꾸어 도발적이고 위협적인 행동을 자제하고, 비핵화를 위한 진지한 대화로 복귀하도록 최대한의 압박을 지속적으로 가해 나가도록 협력키로 했다"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대화로 복귀하기 전까지는 '압박'이 우선이라는 얘기다.

이는 미.일에 가까운 논리다. 지금까지 문 대통령의 논리는 압박으로 대화를 유도하지만, 압박만이 능사가 아니다 대화 제스처 역시 취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날 한.미.일 3국 공동성명에 대해 문 대통령은 "의미있는 회동이었다"고 평가했으나 미.일 두 정상이 얼마나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에 귀기울였는지는 미지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나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모두 만찬 직전 한국 언론에 대서특필된 문 대통령의 쾨르버재단 연설('베를린 구상')에 대해 한 마디 언급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수사의 세계인 외교에서 립서비스조차 나오지 않았다는 점은 미.일의 강경노선 속에서 문 대통령의 대화프로세스 띄우기가 그만큼 어려운 상황이라는 걸 짐작하게 한다.

대화와 압박이 하나의 패키지로 구동되기 전까지, 당분간은 미.일의 강경노선과 문 대통령의 대화노선이 교차할 때마다 '대화→압박→대화' 기조가 반복되며, 메시지의 혼선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양극단의 간극을 메꾸려면 문 대통령으로선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인정한 한반도 당사자로서 한국의 주도권을 실현하기 위한 '대화프로세스' 구상을 구체화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과 중국에 대한 압박이 현실화될수록 한.미.일 대 북.중.러 대결구도로 쓸려가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큰 걸음을 뗐지만 귀국길이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ehcho@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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