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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인구감소가 몰고 올 재앙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10 16:51

수정 2017.07.10 16:51

[fn논단] 인구감소가 몰고 올 재앙

지난 호 칼럼에서 필자는 결혼하고 아이 낳아 키우는 것을 당연시하는 청춘남녀가 자꾸만 줄고 있음을 이야기했다. 대신 '운명의 그 남자, 그 여자'를 만나 하는 특별하고도 예외적 사건이 결혼이라는 청춘들이 늘고 있다. 신세대 남녀의 가치관이 이렇게 변하니 만혼화 경향이 심각해져서 문제다.

현재 우리나라 30대 연령층에서 결혼을 안한 사람은 전체의 3분의 1 수준이고, 40대까지도(그러니까 50세 될 때까지) 미혼인 사람이 전체의 7분의 1쯤 된다. 일본도 비슷하다. 2010년 당시 40대 남성의 20.1%, 여성의 10.6%가 미혼이었다.
규모로 볼 때 싱글 라이프가 당당하게 하나의 삶의 양식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실감이 들긴 하지만 이로 인해 떨어지는 출산율 생각을 하면 아찔하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아이를 적게 낳아 한 해 신생아 수가 40만 이하로 떨어지니 비로소 좁은 국토에 숨통이 트이는 것 같다고. 그런데 무엇 때문에 인구를 못 늘려 안달이냐고? '학교 같은 데 가보면 20명도 안되는 아이들 데리고 보조교사까지 배치된 장면이 얼마나 좋은가' 하면서 말이다.

이런 말은 아직 심각한 노동력 부족을 체감하지 못해서 하는 말일 것이다. 하기야 우리나라는 살인적인 청년실업률에다 선진국에 비하면 경제활동 참가율이 낮은 여성인력이 있고, 또 최근엔 늘어난 건강수명으로 인해 한참 더 일할 수 있는 고령층 인구가 풍부하니 도무지 인구 부족이 실감나지 않는 상황이긴 하다.

하지만 이 노동력 공급 여력이 2030년대 초반이면 바닥이 나고, 그 후론 심각한 인력난 문제를 겪게 될 것이라 하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인구라는 상품은 아주 특수해서 다른 제조업처럼 두어 해 개발, 생산하면 공급되는 것이 아니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즉 최소 20년, 보통 30년은 키워야 제 구실을 하니 노동력 공급에 애로를 느끼고 나서 대책을 세우면 너무 늦는다는 것이다.

더 심각하고 근본적인 문제는 인구가 줄면 경기가 위축된다는 점이다. 심지어 사라지는 산업과 지역도 나오게 될 것이다. 그런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주택건설 및 전후방 연관산업의 경기가 예전만 못하다. 그런 징후들은 도처에 널려 있지만 딱 한 가지만 더 예를 들어보자. 조영태 교수의 책에 제시된 수치이지만, 2015년 우리나라 중학교 교사는 11만1000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인 교사 대 학생비 14.5명을 기준으로 이미 8000명 쯤 상회하는 수준이고, 2017년에는 1만6000명이나 과잉이 된다. 하루빨리 교사 수를 적정규모로 줄이는 대책을 세워야 할 형편이다. 공공부문이야 국가의 재정부담을 늘리면서라도 버틴다지만, 수요가 줄면 생산을 줄일 수밖에 없는 민간시장 각 산업에서는 인구 규모(즉 내수시장의 위축)의 축소보다 더 큰 악재는 없을 것이다.


그런 연유로 필자는 각 가정에서부터 아이 낳아 키우는 보람을 몸소 보여주고, 아이 키우는 일이라면 열일을 제치고 도와주자고 제안한다. 젊은이들이 연애하고 결혼하는 데까지 우리 부모세대가 나서야 하지 않을까 싶다.
농담이 아니라 워낙 사안이 중요하니 외환위기 때 '금 모아 외채 갚기'하던 정신이라도 되살려 이런 운동을 펼쳐야 할 때란 생각이 든다.

이재인 전 한국보육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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