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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집값에 둔감한 이유

김병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10 16:51

수정 2017.07.10 16:51

[차장칼럼] 집값에 둔감한 이유

#1. "선배네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올랐던데요." 얼마 전 야근을 하고 있을 때 다른 부서의 후배가 와서 불쑥 꺼낸 말이다. 후배의 지인이 몇 달 전 같은 아파트로 이사를 왔다며 그 이후로 줄곧 시세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었다고. 멋쩍게 웃으며 후배에게 한 대답은 "그래봐야 이 아파트 팔면 더 외곽으로 나가야 집을 사는데 무슨 의미가 있느냐"였다.

#2. 또 다른 후배가 갑자기 찾아왔다. 조만간 결혼을 할 것 같은데 어디 적당한 지역을 추천해달라는 얘기를 했다. 찾아보면 3억원대에 구할 수 있는 아파트들이 여전히 있다는 기사를 보여주며 한번 알아보라고 권했다. 또 조금만 기다리면 정부에서 신혼부부를 위한 맞춤형 임대주택이 나온다니 이것도 볼 필요가 있다고 알려줬다.
이 예비부부는 직장과의 거리 문제 때문에 결국 신축 빌라를 알아보고 다니는 중이다.

박봉의 월급쟁이라도 서울에서 자기 집 한 채만 있으면 살만하다는 얘기들을 한다. 다만 이 얘기는 대출이 없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사실 월급 받아 대출 원리금을 떼고 남은 돈으로 식비, 교육비, 주거비, 통신비, 용돈 등을 쓰고 나면 남는 것은 얼마 없다.

지난해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1인당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처음으로 1억원을 넘어섰다. 대출기간을 10년으로 잡고 지난달 한국은행이 발표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인 3.26%를 적용하면 원리금은 한달에 100여만원에 이른다. 1억원만 대출받아도 10년간 매달 173만원을 갚아야 하는데 사실상 대부분의 가정에서 지출항목 중에 가장 크다. 서울의 아파트 평균가격이 6억원을 넘었다는 판에 고작(?) 1억원을 대출받아 집을 살 수 있다면 오히려 부러움을 살지도 모르겠다.

집값이 올랐다고 대출금이 줄어드는 것도 아닌 마당에 좋아할 것도 없다. 집값 올랐다고 팔아봐야 새 아파트를 꿈꾸는 것도 언감생심이다. 요즘 서울에서 분양하는 웬만한 아파트는 3.3㎡당 분양가가 2000만원을 훌쩍 넘기 때문에 쉽게 넘볼 수 있는 게 아니다. 집을 가진 사람도 이런 마당에 집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더 혹독한 현실이다. 그저 집주인이 전세금을 상식적인 수준으로 올려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아파트로 돈을 벌 수 있는 호시절은 지났다는 말이 슬그머니 나온다. 그나마 '서울은 걱정할 게 없다'는 얘기들을 하는데 역으로 생각하면 그만큼 시장에 대한 불안심리가 커지고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집값이 오르든 떨어지든 집 한 채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니다.
집값의 하락은 어설픈 갭 투자자들에게나 악몽이 될 뿐이다.

아파트를 투자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이제 수정해야 할 때가 온 듯하다.
투기의 거품을 걷어내는 정책적 작업은 속도를 내야 한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건설부동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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