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청와대

과도한 성장 정책 폐기… 국민 삶의 질 개선이 제1목표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11 22:12

수정 2017.07.11 22:12

文정부 '착한 성장' 추진 일자리.소득.동반성장.혁신
네바퀴 성장론 주축 이룰듯
과도한 성장 정책 폐기… 국민 삶의 질 개선이 제1목표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회의에 앞서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순방 성과와 정국 현안에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회의에 앞서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순방 성과와 정국 현안에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

"수치적 성장이 아닌 국민의 행복수준을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달라."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경제팀에 주문한 과제다. 문 대통령의 이런 인식은 그간 한국 경제가 채택했던 성장률 중심 정책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국내총생산(GDP) 중심의 주류 경제학이 안고 있는 성장론의 한계점을 직시한 것이다.
이는 동시에 지난 60여년 한국 경제를 지배해온 '박정희식 경제성장 패러다임'의 종언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 GDP 보완 지시

청와대 김현철 경제보좌관은 11일 "향후 경제 패러다임은 포용적 성장, 착한성장론에 기반하게 될 것이며 이는 국민성장론을 축으로 일자리중심 성장, 소득주도성장, 동반성장, 혁신성장이란 네 바퀴 성장론을 이루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보좌관은 "과거 정부에서 747정책(이명박정부), 474정책(박근혜정부) 등 구체적인 경제성장률을 발표했지만 목표치를 과도하게 잡고 무리하게 성장정책을 추구하는 데에서 문제들이 발생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국민의 삶의 질' 측정방안에 대한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경제팀 내부에선 이와 관련한 논의를 구체화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4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한 국제 콘퍼런스에서 "GDP는 새로운 경제활동을 반영하지 못하는 만큼 삶의 질을 균형 있게 측정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시각은 경제성장이라는 하나의 지표에 매달려 국정 방향을 잘못 이끌어왔다는 일종의 반성과 비판적 시각에 기인한 것이다.

소위 'GDP이즘'으로 불리는 'GDP 만능주의'에 대한 문 대통령의 비판적 시각은 사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로 프랑스 등 유럽 사회에서 제기됐던 GDP에 대한 성찰과 대안지표 마련을 위한 구상과 맞닿아 있다. GDP 중심 경제정책이 분배구조 왜곡을 심화.방치시켰으며 경제비효율과 낭비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확산됐다.

당시 프랑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세계적인 경제학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아마르티아 센, 장 폴 피투시 등을 섭외해 '경제성과와 사회진보 측정위원회'를 설치해 GDP가 경제성과 및 사회진보 지표로 갖는 한계점을 파악할 것을 주문했고,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유럽연합(EU)은 'GDP와 그 너머'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착한성장' 추구

성장률 타기팅 정책의 사실상 폐기는 저성장시대, 금리인하·부동산정책 등의 인위적 성장정책이 자칫 거품만 만들어내고 경제체질만 약화시킬 수 있다는 문제인식에 기반한다. 그간 성장률 목표제는 기획재정부 등 경제관료들에겐 연간 달성해야 할 과제로 여겨져왔던 게 사실이다.

가령 정부가 연말에 이듬해 성장률 전망치를 4.0%으로 정했다 치면, 그 수치는 발표와 함께 더 이상 전망치가 아닌 목표치로 전환된다. 추가경정예산과 금리인하는 이를 달성하기 위한 가장 전통적인 수단들이다. 케인스식 성장 공식의 충실한 구현이었다.

문제는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수단들이 대부분 기업에 집중됐다는 것이다. 낙수효과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상황에서 기업에 대한 재정투입은 소득불균형만 심화시키고 기업의 자생력만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성장률 타기팅 정책 폐기가 성장을 포기한다는 말은 아니다. 김 보좌관은 "포용적 성장으로 전환하기 위해 수치중심의 성장 달성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보좌관은 "현재 경제구조로는 이 정부 말에 0%대로 성장률이 떨어질 것"이란 위기감을 드러내며, "적정 수준의 성장률을 '2%대 중.후반'으로 유지하면서 일자리.복지 등으로 재원을 투입해 성장잠재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밝혔다. 2%대 성장률 자체가 역설적이게도 정부로선 최대한 방어해야 하는 숫자인 셈이다.


단기성장에 집착해온 5년 단임제 정부의 한계를 뛰어넘어 보겠다는 구상이기도 하다. 당장 성과를 거둘 수 없어도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이 미래세대를 위한 성장의 밑거름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백년지대계의 성장해법을 마련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경제 패러다임 전환 구상은 오는 20~21일 문 대통령 주재 재정전략회의에서 일부 제시될 예정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김용훈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