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차장칼럼] 제2, 제3의 삼성전자를 기다리며

윤경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12 17:14

수정 2017.07.12 17:14

[차장칼럼] 제2, 제3의 삼성전자를 기다리며

'초기에는 비슷한 시장점유율을 보이다가 시간이 지나 일정 수준을 넘으면 갑자기 격차가 생기고, 우위를 차지한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는 현상.'

경제학 용어사전에 적혀 있는 '쏠림'에 대한 설명이다. 지금의 우리 증시를 설명하는 데 가장 적합한 단어다.

누가 봐도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독주는 과하다. 주가는 240만원을 넘어 개인투자자들이 손대기에는 부담스러운 수준이 됐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우선주 포함)은 증시 전체의 23%를 웃돈다. '삼성전자가 오르면 증시(코스피지수)가 오르고, 삼성전자가 내리면 증시도 내린다'는 말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영업이익 규모도 별반 다르지 않다. 삼성전자의 2.4분기 영업이익(잠정)은 14조원에 달했다.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상장기업들을 모아놓은 코스피200 종목의 영업이익 추정치 45조원의 31%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처럼 삼성전자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보니 한국거래소나 증권사들이 상장사의 실적을 집계할 때 삼성전자를 포함한 것과 제외한 것을 구분해서 내놓을 정도다.

미국증시에서는 시가총액 4%가 기준이 된다. 4%를 넘는 기업의 등장은 시장을 대표하는 '초대형주'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동시에 증시의 '과열' 내지 '쏠림'의 징후로도 해석된다. 지난 1990년 이후 이 같은 기준을 초과한 곳은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롯해 제너럴일렉트릭(GE), 시스코시스템스, 엑손모빌, 애플 등 5곳이 전부다. 이들은 모두 4∼5%를 넘은 후 다시 줄어들었다.

우리가 흔히 쓰는 고사성어 가운데 과유불급(過猶不及)이 있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뜻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특정 종목이 증시를 주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국가 경제도 마찬가지다. 노키아의 교훈을 되새겨보자. 노키아는 21세기 첫 10년간 전 세계 휴대폰시장에서 부동의 1위였고, 핀란드 경제의 상징이었다. 핀란드 법인세의 23%, 수출의 20%를 차지할 만큼 거대한 '공룡'이었다. 그러나 노키아라는 달콤한 과실에 안주하던 핀란드 경제는 스마트폰 등장과 함께 후퇴하기 시작했다. 마이너스 성장에 10%대의 실업률을 기록하는 등 몸살을 앓았다.

우리 모두는 "제2, 제3의 삼성전자를 육성해 단일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삼성전자로의 집중은 오히려 가속화되고 있다. 해답은 이미 나와 있다. 다양한 기업이 좋은 실적으로 증시를 끌어올리는 것이 근본적 해결책이다.


다시 핀란드로 돌아가보자. 핀란드는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이라는 새로운 길을 찾았다. 우수인재들의 창업을 지원해 슈퍼셀(게임업체), 스포티파이(음악스트리밍업체) 같은 글로벌 IT기업을 탄생시켰다.
우리가 가야 할 길도 여기에 있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증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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