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서]

'먹거리 괴담' 이젠 안속는다

이름만 들어도 무서운 '햄버거병'의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에는 라면에서 유전자변형(GMO) 대두와 옥수수가 검출돼 한바탕 소동을 치렀다.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2008년 '광우병 파동'이 연상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당시 염려했던 광우병 환자는 전혀 발생하지 않았고, 현재 우리나라 소고기 수입량 1위 국가는 미국이다.

이달 들어 5일 4세 여아가 덜 익은 고기 패티를 넣은 햄버거를 먹은 데서 사달이 났다. 부모는 '햄버거병'으로 불리는 용혈성요독증후군(HUS)에 노출돼 하루 10시간씩 복막투석을 받고 있다며 해당업체를 고소했다. 엎친 데 덮쳐 추가 피해아동까지 생겼다. 같은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체 제품을 먹고 설사, 복통에 이어 혈변까지 봤다고 주장하는 3세 남아 가족이 지난 12일 또 고소했다.

일단 피해를 본 가족들에겐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겠지만 결론을 내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HUS를 일으키는 원인은 수없이 다양하며, 특정 음식에 한정 지을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기 때문이다. 특히 육류를 잘 익히지 않은 채 먹는 경우 외에도 살균되지 않은 우유나 오염된 채소, 주스, 소시지 등을 통해서도 발병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병원성대장균은 열에 매우 취약하다. 적당히 가열해 조리하면 이 병에 걸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설사 오염된 음식물을 섭취했더라도 일반 성인의 면역력이라면 몇 주 안에 완쾌된다. 다만 최근 6년간 국내에서 발견된 24명의 HUS 환자 중 4세 이하가 절반을 넘기 때문에 어린이나 면역력이 부족한 노약자는 조심해야 한다.

발병 원인에 대해 최종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검찰 수사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햄버거병'에 화들짝 놀라 건강한 성인들까지 제조방식이 전혀 다른 프랜차이즈나 수제버거까지 기피하는 것은 다소 지나치다.

이에 비해 라면업계는 이제 겨우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는 중이다. 지난달 GMO 물질이 국산 라면제품에서 검출됐다는 한 방송사의 보도를 접했을 때만 해도 30여년 전 '우지 파동'의 악몽이 되살아나 몸서리를 쳤다. 이달 초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미국산 밀과 밀가루에 GMO 대두나 옥수수가 미량으로 혼입된 것이라고 발표한 뒤부터는 국면이 오히려 전환됐다. 조사 결과 GMO 혼입비율은 평균 0.1%로, 허용기준치인 3%에 크게 못 미칠 정도로 미미했던 것이다. 혼입 경위도 미국 현지 보관창고나 선박 등에 일부 남아있던 GMO 대두나 옥수수의 극소량이 운송 중에 섞인 것으로 확인됐다. 업체의 불순한 의도가 있지 않으냐는 의혹을 불식한 셈이다.

근본적으로 GMO의 안전성 문제는 논란 있는 이슈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다만 지금까지 우리나라, 유럽연합(EU) 등 외국 정부기관에서 승인된 '위해성 입증 사례'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도 확실하다. 실제로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노벨상 수상자 123명이 공동명의로 세계적 환경단체인 그린피스에 GMO 반대운동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서신을 보낸 적이 있을 정도다. 우리나라 소비자도 과거처럼 근거 없는 '먹거리 괴담'에 우왕좌왕하지는 않는 것 같다.
광우병 파동을 겪으면서 식품안전이나 식재료 정보에 대한 객관적 지식 수준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사고가 터진 후 인터넷 댓글 보기가 무서웠어요. 그런데 차츰 '아직 밝혀진 것도 아닌데 무턱대고 비난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반응도 많아지고 과거보다 훨씬 이성적입니다."

한 업계 관계자의 전언에 자신감이 묻어났다.

win5858@fnnews.com 김성원 생활경제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