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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백년대계 원전, 이렇게 흔들어도 되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14 17:31

수정 2017.07.14 17:31

5년 임기 문재인정부가 벼락치듯 해치울 일 아냐
한국수력원자력이 14일 이사회를 열고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를 일시 중단시켰다. 13인 이사회는 경주 스위트호텔에서 안건을 기습 처리했다. 한수원 노조 측은 "'도둑 이사회'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원전이 들어설 울산시 울주군 주민들은 "의결 무효를 위한 법적 절차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수원은 신고리 5.6호기 발주처다. 이로써 공사 중단은 기정사실이 됐다.
이미 총리실은 공론화위원회를 꾸리는 작업에 들어갔다. 위원회가 석달간 여론을 수렴하면 5.6호기의 운명은 시민배심원단 손으로 넘어간다. 배심원단이 가위표를 치면 그걸로 끝이다. 정부는 중립을 지키겠다고 말하지만 믿기 어렵다. 중립이라면서 어떻게 한수원 이사회를 마치 군사작전 하듯 밀어붙이는가. 신고리 5.6호기는 짓다 만 흉물로 남을 공산이 크다.

원전은 우리나라 전력의 3분의 1가량을 생산한다. 한국 경제가 짧은 기간 안에 벌떡 일어선 데는 값싼 전력이 한몫했다. 그 밑바탕에는 원전 코리아 40년의 역사가 있다. 지난 2009년엔 우리 손으로 만든 한국형 원자로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수출하는 개가를 올렸다.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자원빈국 한국에서 원전은 에너지 안보의 기둥이다. 요컨대 원전은 국가의 백년대계로 다뤄져야 마땅하다.

그 점에서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실망이다. 왜 이리 서두는지 모르겠다. 마치 뭔가에 쫓기는 듯하다. 원전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데는 국민 대다수가 동의한다. 그러나 교육 정책을 함부로 바꾸지 못하는 것처럼 원전 정책도 단계적으로 손을 봐야 한다. 더구나 신고리 5.6호기는 공정률이 30%에 가깝다. 먼저 공청회를 열어 발주처와 건설사, 근로자, 주민 의견을 들어본 뒤 공사를 중단할지 말지 따져보는 게 순리다. 하지만 이번엔 윗선에서 정한 방침을 상명하달식으로 밀어붙였다. 한수원 이사회는 예상대로 거수기 역할에 충실했다.

상식과 절차를 어기면 두고두고 말썽이 생긴다.
일련의 과정에서 국무총리 소속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깡그리 무시된 것도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원안위에서 내준 신고리 5.6호기 건설 허가를 시민배심원단이 취소하는 게 과연 합당한가. 원전은 임기 5년 정부가 단박에 해치울 수 있는 정책이 아니다.
탈원전 정책이 정권과 무관하게 이어지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차근차근 절차를 밟아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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