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IB통합보다 중요한건 리스크 평가

김현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17 17:25

수정 2017.07.17 17:25

[기자수첩] IB통합보다 중요한건 리스크 평가

"해외 투자 확대해야 한다고 다들 그러는데, 해외 투자가 말이 쉽지 리스크 평가도 제대로 못하면서 투자만 확대하면 나중에 (자금회수도 못하고) 물리게 돼있어."

한 금융지주사 회장의 얘기다. 뿐만 아니라 정확하게 말하면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지주 회장들도 모두 해외 투자 확대에 대해 공통적으로 '리스크 평가'가 가장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금융지주사 회장 모두에게 해외 투자에 대해 물어보면 그들은 모두 '셀다운(매각)이 제대로 안되면 물린다'며 셀다운이 잘될 수 있는 투자건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셀다운이 잘되는 투자건을 어떻게 찾을까. 투자인력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더욱 구체적으로는 리스크 평가를 얼마나 잘하느냐가 셀다운이 잘되는 투자건을 찾을 수 있는 관건이다. 리스크 평가는 해당 물건에 대한 단점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다. 해당 물건의 가치 대비 비용과 투자기간에 따라 내가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률이 얼마인지를 계산하는 것이다.
수익률은 항상 고정되지 않고 대내외적인 변수에 따라 변동한다. 따라서 리스크 평가는 투자 전에만 따져보는 것이 아니다. 해당 물건을 매도하기 전까지 상시적으로 해야만 원하는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상시 리스크 평가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한 후 투자에 나서는 것이다. 최근 금융지주사들이 계열사의 투자은행(IB) 사업을 통합해 해외 대체투자와 기업금융을 확대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긍정적인 일이다. 그러나 리스크 평가 시스템을 잘 구축했다고 자신하는 금융지주사 회장들은 없었다. 해외투자에 대한 리스크 평가인력을 그만큼 육성하지 않은 탓이다. 리스크 평가가 제대로 되지 않으니 그동안 해외투자에 엄두도 내지 못했고 필요성도 느끼지 않았다.

은행들이 이제서야 해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을 확대하고 있지만 대부분 현지 정부와 공기업 등의 보증이 필수적인 사업들이다. 그만큼 수익률은 낮지만 리스크도 거의 없다. 이 같은 신디케이트론을 해외 IB사업이라고 하기는 힘들다. 이제는 야심차게 해외 메자닌(지분+대출 등) 투자도 나서봐야 한다. 그만큼 리스크 평가 시스템을 만들어놔야 가능한 일이다.
IB 통합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만들어놓고 죽 쑤는 일의 반복이다.
금융지주사 회장님들이 IB 통합보다 리스크 평가 시스템에 보다 신경 써야 하는 이유다.

maru13@fnnews.com 김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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