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국정농단 사건 여파는 현재진행형

이병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17 17:25

수정 2017.07.17 17:25

[기자수첩] 국정농단 사건 여파는 현재진행형

우리는 아직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속에서 살고 있다. 해가 지나고, 정권이 바뀌어도.

지난 12일 한국거래소가 주최한 출입기자단 대상 초복맞이 점심식사 간담회에는 이례적으로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불참했다. '코스피 2400 시대', 거래소의 향후 비전과 역할을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무산돼 아쉬움을 표하는 기자들도 있었다.

해외 출장 업무가 불가피하게 겹쳤다는 게 이유였다. 기자들이 짐작하는 바는 달랐다. 정 이사장이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으로 지난달 말부터 검찰의 재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기자들과의 공식석상이 부담 된 것 아니냐는 시각이었다.
한달 전부터 계획된 간담회에, 정 이사장이 일주일 전 돌연 참석을 취소했다는 '미묘한 시점'은 추측을 뒷받침했다. 한국 사회 구석구석에 큰 상처를 준 국정농단 사건이 여전히 우리 옆에서 깊게 숨쉬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던 단편적인 일화다. 2년 전에도 이 영향력을 간접 체험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최근 들어서다.

지난해 3월 면세점 제도개선 방안을 위한 공청회 취재를 다녀온 뒤 머릿속은 의문으로 가득 찼었다. 메르스 파동 등으로 2015년 서울지역 관광객이 감소했으나 오히려 신규 면허 4장을 발급하겠다는 논리를 이해할 수 없어서다.

궁금증은 지난해 말이 돼서야 풀렸다. 면세점 심사에서 탈락한 재벌의 총수가 대통령과 독대하며 추가 특허를 요구했다는 의혹이 국정농단 사건의 중요한 꼭지를 차지한 것이다. 이어 지난주, 감사원은 청와대가 2015년 면세점 특허 발급에 개입했다는 사실을 공식화했다. 여기에 더해 청와대가 2016년의 특허 발급에도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바로 그 공청회는 청와대의 '절차적 정당성'을 위한 자리일 뿐이었던 것이다.

지난주 있었던 한국거래소 간담회와 감사원의 발표는 내게 국정농단의 여파를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줬다.

같은 지난주. 핵심 피의자인 박 전 대통령은 구치소 의료진이 '이상 없음'이란 소견을 내렸음에도 세차례 공판에 불출석했다.
관심이 줄자 재판의 엄정함도 점차 허물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가 모든 절차를 여전히 세심하게 '감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정농단 사건은 '현재진행형'이기에 기억 저편으로 보내기에는, 아직 이르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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