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북한

[정부 ‘베를린 구상’ 본격화] 압박하는 美, 대화 제의한 韓…대북정책 역할분담 나섰나

문형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17 17:27

수정 2017.07.17 21:55

美 세컨더리 보이콧 구체화.. 일각선 韓.美간 엇박자 우려.. 정부 "美와 원만히 협의중"
北 회담 제의에 응할 가능성.. 韓.美연합훈련 중단 요구 등 불리한 국면 타개 노릴 수도.. 中은 일단 대화노력 긍정적
[정부 ‘베를린 구상’ 본격화] 압박하는 美, 대화 제의한 韓…대북정책 역할분담 나섰나


국방부가 17일 제의한 남북 군사당국회담에 북한이 응하더라도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완화를 이룰지는 불투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북한에 대해 대화의 손을 내밀고 있지만 미국은 압박과 제재라는 강경책을 주장하고 있다. 더욱이 8월부터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이 예정돼 있어 한반도 주변국의 반응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美 대북압박 강화시기에 남북회담 제의…한·미 대북 조율 주목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이라고 주장하는 '화성-14형'의 시험 발사로, 미국이 북한에 대한 압박과 제재에 힘을 싣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이날 적대행위 중단을 위한 남북 군사당국회담과 추석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을 공식 제의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미국이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 우리 정부는 베를린구상을 구체화하기 위한 대화를 시도해 북한의 반응을 끌어내는 실험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 4일 북한의 '화성 14' 시험발사 이후 대북 무역과 관련된 중국 기업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실제로 지난 13일 미 상원은 북한과 거래해온 단둥 즈청금속 등 중국 기업들을 미국 금융망에서 퇴출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미국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주의적 사안을 포함한 문제들에 대한 남북 간 대화를 재개하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열망을 지지했다'는 내용이 들어갔다"면서 "남북대화 등을 둘러싼 미국과의 협의는 원만히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문 대통령의 한반도평화구상에 대한 의지가 실질적으로 구체화하고 있다고 본다"면서 "그런 차원에서 특히 정치·군사적 사항과 별개로 사회·문화 교류가 필요하기 때문에 시의적절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선 북한의 국면전환 시도에 이용될 가능성 우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정부 대화 노력의 최대 관건은 대화 테이블에 북한이 나올지 여부에 달려 있다. 그러나 북한이 대화에 응한다 하더라도 한·미 연합훈련 중단 등 북한에 불리한 국면만을 타개할 수단으로 이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우리 정부와 북한의 통신선은 모두 닫혀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이날 서주석 국방부 차관은 브리핑 형태로 '남북 군사당국회담'을 제시했다. 국방부도 북한이 언론보도를 통해 대화에 나와 줄 것을 희망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북한은 일단 우리 정부의 남북 군사당국회담 제의를 뿌리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을 요구한 적십자회담보다는 군사당국회담에 응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향후 회담 과정에서 여러 의제를 놓고 대립된 모습을 보일 수 있지만, 북한이 민감하게 여겨온 대북 확성기 방송과 대북 전단 살포 등의 논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군사실무는 북이 얻을 게 많은 회담이기에 성사 가능성이 낮지 않다"고 전망했다. 남 교수는 또 "확성기와 대북 전단도 막아야 하고 한·미 연합훈련 비판도 해야 하기 때문에 북에서는 얻는 것이 있는 회담, 우리 측은 소통의 물꼬를 트고 일종의 통신선을 회복하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은 지난 15일 문 대통령의 대화 제의에 대해 노동신문 논평을 통해 "북과 남이 함께 떼여야 할 첫 발자국은 당연히 북남관계의 근본문제인 정치·군사적 대결 상태를 해소하는 것"이라고 밝혀 군사적 긴장완화에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북한은 최근 미국의 핵심 전략자산인 B-1B 전략폭격기와 우리 공군의 연합훈련에 대해 강도높은 비난을 한 바 있어 8월로 예정된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인 UFG훈련에 대한 중단 등 한·미 동맹의 핵심적인 부분을 건드릴 가능성도 크다.
군 안팎에서는 군사분계선 주변의 국지적인 우발적 충돌에 대한 긴장완화를 취하면서 북핵.미사일에 대한 한.미 양국의 대응태세는 꺾겠다는 것이 북한의 노림수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 남북 간의 군사 긴장고조를 바라지 않는 중국은 우리 정부의 대화 노력에 긍정적인 반응이지만, 자칫 대화가 결렬될 경우 발생될 한·미 양국의 군사적 대응에 대해서는 강력히 반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홍규덕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의 태도를 봐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강해 대화를 유도할 필요도 있어 그런 차원에서 시의적절하다"면서 "북한이 순응할지의 문제는 해석이 다를 수 있겠지만, 우리가 할 일은 긴장완화에 대한 이야기는 깔아두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captinm@fnnews.com 문형철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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