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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41세의 올스타, 이승엽이 아름답다

성일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17 20:04

수정 2017.07.18 09:50

은퇴앞둔 마지막 시즌에도 올스타, 동료 스타가 인정하는 진정한 별
무언가가 기억 저 너머서 불쑥 솟아 올랐다. 이승엽(41.삼성.사진)이 15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올스타전서 타석에 들어섰다. 어디서 보았더라? 기억의 입자는 이내 16년 전의 한 장면을 찾아냈다.

2001년 7월 11일 시애틀에서 벌어진 미 프로야구 올스타전. 당시 나는 박찬호(당시 LA 다저스)를 취재하던 특파원이었다. 박찬호는 그 해 처음으로 올스타에 선발됐다. 박찬호는 1997년부터 5년 연속 두 자리 수 승수를 기록했다.
박찬호는 2000년 18승, 2001년엔 15승을 올렸다. 투수 인생의 정점이었다. 직구 스피드가 150㎞ 중반을 찍던 시절이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올스타 선정은 당연한 일이었다.

첫 타자는 칼 립켄 주니어(볼티모어 오리올스)였다. 은퇴를 앞둔 41세의 노장. 어라, 은퇴? 마지막 올스타 그리고 41세의 나이가 이승엽과 겹치지 않나? 그래서 본 듯 했구나.

칼 립켄 주니어는 박찬호의 초구를 두들겨 왼쪽 담장을 넘겼다. 야구장이 야단법석이었다. 가장 인기 있고, 가장 존경받는 선수가 생애 마지막 올스타전서 홈런을 날렸다. 이보다 더 극적일 수 있을까. 그 희생 제물이 하필 박찬호일 줄이야.

칼 립켄 주니어는 2632경기 연속 경기 출전 신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19번 올스타에 뽑혔고, 2번이나 아메리칸 리그 MVP에 선정됐다. 칼 립켄 주니어의 원 포지션은 유격수였다. 몸의 움직임이 둔해지면서 3루수로 옮겼다. 센터라인과 핫 코너를 지키는 내야수의 연속 경기 출전은 더 어렵다. 그가 존경받는 이유다.

볼티모어 구단은 은퇴하는 칼 립켄 주니어의 등번호 8번을 영구 결번으로 남겼다. 김현수가 선수로 뛰고 있는 볼티모어는 당시엔 B급 팀이었다. 구단보다 오히려 선수가 더 사랑받을 정도였다. 칼 립켄 주니어는 2007년 98.5%라는 압도적 지지로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41세, 이승엽의 마지막 올스타전을 어땠을까? 올스타로 뽑힌 선수들은 이승엽에게 함께 사진 찍기를 희망했다. 스타가 스타를 인정한 것이다. 이승엽을 위한 팬 사인 장소는 따로 마련됐다. 구본능 KBO 총재는 이승엽에게 헌정 유니폼을 선물했다.

칼 립켄 주니어는 3루수로 마지막 올스타에 뽑혔다. 올스타 유격수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그에게 유격수 자리를 양보하고 3루수로 옮겼다. 대선배에 대한 예우였다.

이승엽은 4회 2사 1, 3루서 오른쪽 선상으로 흐르는 2루타를 뽑아냈다.
이 타구가 넘어갔더라면 좋았을걸. 칼 립켄 주니어는 박찬호에게 뽑아낸 홈런 한 방으로 MVP에 등극했는데.

올스타전의 커튼이 내려지자 야구팬들은 비로소 실감했다. 이승엽이 올 시즌을 끝으로 떠난다는 사실을. '한 해만 더'라는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박수칠 때 떠난다는 말이 가장 어울리는 선수다.

texan509@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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