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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노사가 윈윈하는 정규직 전환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18 17:26

수정 2017.07.18 17:26

[여의나루] 노사가 윈윈하는 정규직 전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12일 인천공항을 방문하고, 1만명의 비정규직을 올해 말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약속을 바탕으로 일자리위원회는 7월 말까지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비정규직은 우리 시대의 아픔이다. 비정규직은 외환위기 이후 급속하게 증가했고 정규직과의 격차는 확대됐다. 비정규직은 대부분 중소기업에 근무하기 때문에 정규직과의 격차는 기업규모 간 격차가 확대되면서 더욱 악화됐다. 그리하여 노동조합이 조직돼 있는 대기업 정규직과 노동조합이 없는 중소기업 비정규직을 비교하면 임금은 3배, 근속연수는 6배나 차이 난다.
이러한 격차 때문에 비정규직은 근로자 입장에서 기피 대상이 됐고 사회적 루저의 대명사가 됐다. 게다가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율은 유럽 선진국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일단 한번 비정규직으로 취업하면 그 굴레를 벗어나기 어려운 비정규직 함정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노동시장의 이러한 양극화와 불공정성의 심화를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다. 따라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이 시점에서 불가피하며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책의 정당성이 정책의 성공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성공을 위해 현실의 제약조건을 면밀히 검토하고 합리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참여정부 후반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바 있다. 그러나 MB정부 이후 공공부문 비정규직은 다시 크게 증가했다.

우선 공공부문에서는 정원 및 인건비 관련 제도까지 개선해야 한다. 현재 공공부문 비정규직은 기관별 정원에 포함되지 않고 이들의 임금은 대부분 인건비가 아니라 사업비에서 지출된다. 따라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정착하려면 기관별 정원을 늘리고 이만큼의 인건비를 증액해야 할 것이다.

누구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인가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우선 직무와 개별 근로자를 구별해 상시지속 업무에는 정규직 채용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그리고 현재 상시지속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개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법은 기관에 맡기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 비정규직은 기관에 따라 채용방식, 근무평정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정규직 전환이 민간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노사타협의 역할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비서와 운전기사는 현재 거의 모든 기업이 기간제나 파견제를 이용하고 있어 근로자들은 2년마다 회사를 옮겨야 하고 임금은 항상 초임 수준이다. 과거 정규직 시기와 비교하면 고용안정과 임금 양면에서 엄청난 불이익을 받고 있다. 이들 직종은 대부분 상시지속 업무이기 때문에 정규직 또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이것은 기업에는 큰 부담일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임금체계 개편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정규직으로 전환돼도 전통적인 연공급을 적용하기보다 이들 직무에 적합한 직무급을 도입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되고 동시에 직무급제가 확산되면 근로자에게는 고용안정을, 기업에는 인건비 증가 우려를 해소해줘 윈윈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러한 노사타협이 성공한다면 비정규직 문제도 해결하고 노사관계에서도 협력의 새 장을 여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이원덕 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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