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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디지털 키오스크

구본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18 17:26

수정 2017.07.18 17:26

로봇청소기의 지능이 벌써 6~7세 어린이 수준이란다. 최근 서울대 '로보틱스 앤 인텔리전트 시스템 연구실'이 시험한 결과다. 올 초 LG전자가 개발한 딥러닝 기술 '딥씽큐'를 탑재한 청소기는 피해야 할 장애물과 넘어야 할 걸림돌을 스스로 구별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가사노동으로부터 해방이라는 측면에서 분명히 청신호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을 비롯한 4차 산업혁명 기술이 디자인하는 사회가 장밋빛 일색은 아니다.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그렇다.
디지털 키오스크(무인 단말기)가 빠른 속도로 알바 인력을 대체하고 있는 현상에서 불길한 조짐이 보인다. 이미 롯데리아나 맥도날드 등 패스트푸드점 10곳 중 4곳이 키오스크를 운용 중이다. 화면을 터치해 메뉴와 테이크아웃 여부 선택부터 결제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이 순식간에 이뤄지니 카운터 알바생이 설 땅이 없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머잖아 열릴 건가. 정부가 며칠 전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060원 오른 7530원으로 결정했다. 이로 인해 알바생들의 시간제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게 문제다. 이러다간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겠다는 의도가 그나마 서민들의 밥줄마저 끊는 역설을 빚을 판이다. 그렇다고 AI 기반의 첨단기술을 배척하는 '신(新)러다이트 운동'을 시작할 순 없는 노릇이다. 18세기 영국 산업혁명 당시 실업 위험을 걱정해 벌인 기계파괴 운동처럼 말이다.

물론 기술 고도화가 일자리를 죄다 빼앗을 것이라고 비관할 이유도 없다. 외려 소프트웨어 산업이나 감성적 서비스 분야의 새 업종이 창출될 것이라는 긍정적 사고도 절실하다. 다만 문제는 단기적인 마찰적 실업이다.
디지털 키오스크에 밀려 알바생들이 단시일 내에 쫓겨난다면 여간 심각한 사회문제가 아니다. 이런 사태를 가급적 억제하려면 최저임금을 상향하더라도 시장 현실이나 기술발전 속도에 맞춰 유연한 정책 조합이 긴요할 게다.
최저임금을 정부가 일률적으로 강제할 게 아니라 업종이나 지역별로 차등화해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듯싶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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