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정공법 택한 김상조식 프랜차이즈 대책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18 17:26

수정 2017.07.18 17:26

요란한 응징보다 법률 개정.. 시간 걸려도 제도 손질해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8일 가맹사업 불공정 관행을 바로잡을 대책을 내놨다. 취임(6월 14일) 이후 한 달 남짓 만에 나온 첫 작품이다. 내년 최저임금이 껑충 뛴 직후라 더 관심이 크다. 대책은 가맹본부 쪽으로 유리하게 기운 운동장을 좀 더 평평하게 만들려 노력했다. 김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공정위는 가맹점주 같은 을의 눈물을 닦아줄 책무가 있다고 말했다. 7.18대책은 그 연장선에 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서두르지 않았다. 서두를 수가 없는 것이, 주요 대책이 가맹사업법 등 법 개정사항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약자인 가맹점 단체의 법적 지위를 높이고, 본사의 보복을 금지하려면 법부터 바꿔야 한다. 최근 오너가 사고를 치는 바람에 가맹점 매출이 뚝 떨어지는 사례가 잇따랐다. 이때 배상을 받으려 해도 법이 바뀌어야 한다. 또 대책엔 서울.경기도 같은 지방정부에 공정위가 조사.처분권 일부를 위임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공정위 소수 인력만으론 힘에 부치기 때문이다. 이 역시 먼저 법을 손질해야 한다.

비교적 쉽게 시행할 수 있는 대책 중에선 표준가맹계약서 개정이 눈에 띈다. 공정위는 최저임금이 오를 때 가맹점주가 본사에 가맹금 조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연내 표준계약서를 개정하기로 했다. 가맹금은 브랜드 사용권, 영업지원.교육 등을 위해 가맹점이 본부에 내는 대가를 말한다. 그러나 가맹금 조정 요구권이 실효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법으로 강제하지 않는 한 본사가 요구를 거절하면 달리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가맹금을 놓고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통상 로열티.광고비 명목으로 받는 가맹금은 시장 자율에 맡기는 게 낫다. 섣불리 정부가 끼어들면 시장 질서가 뒤틀린다. 내년 최저임금이 치솟자 로열티를 손봐야 한다는 여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야 영세 가맹점주들에게 떨어지는 돈이 많아지고, 그래야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올릴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결정(최저임금)을 또 다른 잘못된 결정(로열티)으로 땜질하는 식이다. 잘못된 결정은 한 번으로 그쳐야 한다.

앞서 김 위원장은 재벌개혁에 대해 "4대 그룹을 찍어서 몰아치듯이 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시장도 벼락치듯 바꿀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김 위원장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법 개정을 통해 제도 자체를 바꾸는 정공법을 택했다. 올바른 방향이다. 이제 김 위원장 앞에는 국회라는 높은 장벽이 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법을 바꾸려면 야당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여당은 여당대로 공정위 정책이 미지근하다는 불만을 품을 수 있다.
7.18대책의 성패는 김 위원장이 국회를 어떻게 설득하느냐에 달렸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