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가맹분야 불공정 근절 대책] 필수품목 유통업자 정보 공개…오너일가 회사 ‘끼워넣기’ 차단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18 17:30

수정 2017.07.18 17:30

"미스터피자 갑질 부실대응" 김 위원장, 재발방지 의지
비용 늘면 가맹금 조정요구.. 乙 위한 보호장치도 마련
소규모 분쟁은 지자체로.. 권한 나눠 효율성 높이기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맹분야 불공정관행 근절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맹분야 불공정관행 근절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맹분야 불공정 근절 대책] 필수품목 유통업자 정보 공개…오너일가 회사 ‘끼워넣기’ 차단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8일 "미스터피자 (갑질) 사건과 관련된 공정위에 접수된 집단민원이 200건을 넘었다. 그러나 제대로 처리(조사)하지 못했다"고 공정위의 부실대응을 시인했다. 그는 "(이것은) 공정위가 사과해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공정위가 그간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부실 늑장대응에 대해 자성하고 이를 조만간 소상히 밝히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미스터피자 사건은 공정위가 이른바 '치즈통행세' 의혹에 대한 조사요구를 받고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부실대응의 대표적 사례다. 치즈통행세는 최근 공정위가 조사 중인 재벌 총수일가의 일감몰아주기와 같은 맥락이다. 가맹점 브랜드 통일성을 유지한다는 명분으로 가맹본부가 알아서 필수품목을 가맹점에 공급하는데, 이 과정에서 오너일가 회사들을 중간에 끼워넣어 이익을 가로채는 갑질이다. 가맹점들은 가맹본부가 제시한 계약서대로 더 비싼 물품을 구매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간 이런 가맹점 '을의 눈물'에 공정위가 눈을 감은 셈이다.

■'미스터피자 갑질' 유사사례 막는다

공정위가 이날 발표한 '가맹분야 불공정관행 근절대책'도 이런 이유에서 나왔다. 이에 따르면 앞으로 가맹본사들은 물품 공급.유통 등 가맹사업 과정에 참여하는 특수관계인 관련정보를 모두 공개해야 한다. 치즈통행세와 같은 불공정거래를 막기 위한 조치다. 또 가맹점주들에게 부담으로 전가되는 인테리어 시공 감리, 판매장려금, 리베이트 등의 정보도 가맹점들에 제공해야 한다.

특히 가맹본부의 필수품목 상세내역을 공개한다. 마진 규모도 공개항목에 포함된다. 가맹점이 필수품목을 이유로 가맹점에 강매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김 위원장은 "가맹점은 (가맹본부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 불공정거래 관행도 알려지지 않고 있다가 곪을 대로 곪은 다음 터져나온다. 정보의 비대칭성을 완화하는 게 이번 대책의 핵심"이라고 했다.

이는 지난 4월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제재를 받은 '본죽 사건'이 일례다. 유명 브랜드인 본죽의 가맹본부인 본아이에프는 '특허 반찬'이라고 속여 기본 식자재를 가맹점에 비싸게 강매하다가 공정위에 덜미가 잡혔다. 그간 필수품목만 기재하면 돼 선진국에 비해 법에 허점이 많았다. 가맹본부가 붙이는 마진에 대한 정보는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알 수가 없었다. 앞으로는 가맹본부가 필수물품 공급을 통한 가맹금 수취 여부, 가맹점 평균 지급 가맹금 규모, 가맹점 매출액 대비 필수물품 구매금액 비율, 필수물품 상.하한 공급가격을 상세히 공개해야 한다. 지난해 서울시 실태조사에서 가맹점주의 구입물품 중 필수품목 비중(금액기준)이 87%에 달했다. 특히 공정위는 갑질 피해가 많은 외식업종부터 손볼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피자.커피.치킨.제빵 등 주요 가맹본부 50개를 철저히 조사해 필요하면 직권조사하겠다. 가맹본부의 필수품목 구입을 강제하는 관행을 개선하겠다"고 했다.

을의 입장에서 늘 협상력이 약했던 가맹점들을 보호하는 대책도 내놨다. 가맹점들이 최저임금 인상 시 인상률 등 비용인상 요인을 반영, 가맹본부에 가맹금 조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권리다. 이런 내용이 적시된 표준가맹계약서로 12월부터 바뀐다. 다만 판촉행사 시 가맹점주에게 비용을 떠넘기지 못하도록 사전동의를 의무화하는 제도, 가맹본부 보복조치를 금지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에 포함하는 등의 대책은 현재 관련법이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가맹점주들의 피해방지 수단도 강화한다. 최근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의 성추행 사건 이후 가맹점들이 손해를 본 사건이 일례다. 이 때문에 공정위는 가맹본부 임원의 위법·부도덕한 행위로 발생한 가맹점들의 손해에 대해 배상책임을 가맹계약서에 의무적으로 기재하도록 했다. 그간 가맹본부 사주의 개인적 일탈행위로 가맹점들이 피해를 봤지만 구제방안은 없었다.

■'늑장대처' 공정위 달라질까

최근 몇 년 새 프랜차이즈시장이 급성장했지만 공정위는 큰 관심을 갖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간 민원이 밀려들었지만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사건들을 제때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실제 지난해 기준 국내 가맹본부는 4268개, 가맹점 수는 22만개에 육박한다. 2008년과 비교하면 각각 423%, 204%나 급증했다. 불공정 신고건수도 2배 이상 폭증했다. 그럼에도 인력 확충도, 시스템 개선도 없었다. 안이하게 판단했고 '친기업' 성향의 정부 기조에 맞춰 법 집행 의지도 약했다.

김 위원장도 "가맹거래 관련 민원이 한 해에 500건이 넘는다. 가맹분야 전담인력은 10명도 안 된다. 사건처리 지연 등 그간 가맹점주들의 기대와 요구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했던 사실을 인정한다"고 했다. 또 다른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그간 프랜차이즈 분야에 민원이 폭증했으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소위 폼나는 대형사건에 더 신경쓴 것이다. 직원들이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다"고 자성했다.

공정위는 프랜차이즈시장 감독을 혼자서 하는 것은 역부족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에 소규모 분쟁이 많은 가맹분야에 한해 공정위는 조사.처분 권한을 일부 내려놓는다. 분쟁조정 업무도 분담한다. 광역지자체의 힘을 빌려 효율적 집행을 우선하겠다는 것이다. 첫 사례로 공정위는 서울시.경기도와 함께 외식업종의 필수품목 구입 강제행위 및 정보공개제도 준수실태를 현장 점검한다.
김 위원장은 "외식업 가맹점 2000곳을 방문해 가맹금, 평균 매출액, 인테리어 비용 등 주요항목에 대해 정보공개 기재사항과 일치하는지 대조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가맹본부 불공정행태에 대한 제보를 활성화하기 위해 가맹분야 옴부즈만제도를 도입한다.
가맹시장 피해사례나 유의사항이 있을 때 가맹점 희망자 피해주의보도 발령키로 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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