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新 청춘백서] (하) 학벌주의와 학벌세탁, 뭣이 중헌디?

이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22 09:00

수정 2017.07.22 09:00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최근 남녀 직장인 352명으로 대상으로 ‘직장인 핸디캡’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직장인 10명 중 3명은 회사 생활을 하면서 ‘학벌 소외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벌 소외감을 느꼈다는 비율을 최종 학력별로 살펴보면 고졸 이하 직장인은 절반(56.7%) 이상을 차지했다. 이어 서울 지역 전문대 졸업자 39.3%, 지방 전문대 졸업자 36.8%, 지방 4년제 대학 졸업자 26.4%, 서울 지역 4년제 대학 졸업자는 17.3%를 나타냈다.

이들이 학벌 소외감을 느끼는 이유는 ‘경력보다 학벌에 의한 연봉 차별이 있다’는 응답이 46.2%로 절반 정도 차지했다. 이어 ‘출신학교에 따라 직원 역량을 평가한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 (19.3%), ‘지방대 출신을 무시한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 (13.4%), ‘승진 등 인사고과에서 학벌을 반영한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10.9%) 등 순이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학벌 차별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물론 초중고 12년의 결과물이고 성적에 따라 대학을 간 것은 맞지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출신 대학만 보고 사람의 능력을 판단하는 건 아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학력 차별을 느껴 학벌세탁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다음은 지방 4년제를 졸업하고 최근 서울의 유명 사립 대학원을 졸업한 장세호(가명·31)씨와 인터뷰 전문이다.

- 대학원을 진학한 계기는 무엇입니까?

장세호 (이하 장)=회사생활을 하면서 학벌에 대한 차별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직장생활에 대한 회의감과 자꾸 뒤처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서 공부를 더 해볼까 고민이 많았는데 다행히 칼퇴를 할 수 있는 직업이었고, 한 살 이라도 더 어릴 때 배우자는 생각으로 진학하게 됐습니다.

- 직장에서 학벌 때문에 차별을 느꼈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었습니까?

장=다른 부서 직원들과 대화를 하는데 자기 팀원들의 출신 대학을 비교하며 업무평가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누구는 더 좋은 대학 나오지 않았어?’, ‘역시 지방대 출신이었네’ 등 출신 대학만을 가지고 사람을 평가하고 깎아내렸습니다.

- 직원들의 학벌 차별 이야기를 듣고 어떤 생각이 들었습니까?

장=학벌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지금까지 사회생활을 해 본 결과, 업무능력은 학벌보다 개인의 능력과 성격 등에 따라 차이가 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회사에서 사람을 평가할 때 학벌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 직장 생활을 하면서 2년 6개월 동안 대학원 다니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만족하시나요?

장=아직 졸업을 한지 1년도 안돼서 석사학위에 대한 별다른 감흥은 없습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빛을 발하지 않을까 하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고,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된 것이 큰 소득인 것 같습니다.

- 대학원을 다니면서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은 무엇입니까?

장=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끼리 만나다 보니 이야기도 잘 통하고 정보 공유도 잘 됐던 점이 좋았죠. 무엇보다 인맥이 늘었다는 것이 만족스럽습니다. 그러나 생각만큼 업무에 도움이 될 만한 수업이 없어 아쉬웠습니다.

- 대학원 학비도 만만치 않았을 텐데 어떻게 충당했나요?

장=사회 초년생 때 대학원을 진학해 금전적이 부분이 가장 걱정됐지만 부모님께서 지원해주셔서 잘 다닐 수 있었습니다. 학비는 대략 3,000만 원 넘게 썼습니다.

- 주위에서 대학원을 가겠다고 하면 추천하겠습니까?

장=아무런 목적 없이 대학원을 진학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시간과 금전적인 여유가 있고 배우고 싶다면 가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 어떻게 보면 ‘학벌세탁’을 했다는 비난이 있을 수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장=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배우고 싶은 열망이 컸고, 좀 더 성장하고 싶어서 석사학위를 취득했기 때문에 상관없습니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장=학벌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배우고 싶어도 경제적 부담 때문에 망설이는 청춘들이 많습니다.
등록금을 낮추고 장학금이나 재정적인 지원이 확대됐으면 좋겠습니다.

hyuk7179@fnnews.com 이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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