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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100대 국정과제, 무슨 돈으로 하려나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19 17:21

수정 2017.07.19 17:21

법 바꾸는 입법과제 수두룩.. 여소야대 국회 설득이 관건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19일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내놨다. 위원회가 출범(5월 22일)한 지 두 달 만이다. 보고서는 국가비전에 이어 5대 국정목표를 정했고, 그 아래 20대 국정전략-100대 국정과제-487개 실천과제를 순서대로 나열했다. 문재인정부는 인수위원회 없이 출발했다. 국정기획위는 그 공백을 나름 잘 메웠다. 보고서는 대선 공약을 공들여 다듬은 느낌이다.
5개년 계획은 문재인정부의 정책운영 나침반으로 활용된다. 문 대통령은 "인수위 없이 어려운 여건에서 출발했지만 이제 나라다운 나라의 기틀이 잡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현실이다. 아무리 계획이 산뜻해도 실제에선 장애물이 속출한다. 보고서는 달콤한 복지정책으로 가득하다. 기초연금은 내년에 월 25만원, 2021년에 30만원으로 오른다. 아동수당은 내년부터 월 10만원씩 준다. 누리과정 어린이집 보육비는 전액 국고에서 지원한다. 2020년부터는 고등학교 무상교육을 단계적으로 실시한다.

이 돈을 다 어디서 마련하나. 공약을 다 이행하려면 오는 2022년까지 5년간 178조원이 든다. 하지만 보고서는 일단 증세 없이 돈을 대겠다고 했다. 박근혜정부도 비슷한 말을 했다. 그리곤 담뱃세를 올리고, 연말정산 공제에 손을 대는 꼼수를 썼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임이 드러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20~21일 이틀 동안 국정운영계획을 뒷받침할 국가재정전략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깊이 있는 재원조달 방안이 나오길 기대한다.

입법도 첩첩산중이다. 100대 국정과제 중 91개는 법을 바꿔야 한다. 행정부가 아무리 멋진 계획을 짜도 국회에서 비틀면 그만이다. 당장 국회에서 발목이 잡힌 추가경정예산안을 보라. 야당이 "세금으로 공무원을 늘릴 수 없다"고 버티니 옴짝달싹 못한다. 여소야대 판도가 현실이라면 그에 적합한 국정운영 전략을 짜야 한다. 야당은 엄연히 존재하는 국정의 또 다른 축이다. 과반도 안 되는 의석으로 국정을 이끌어가려면 야당에 양보가 불가피하다. 그래야 100대 과제 중 절반이라도 건진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뒤 곳곳에서 마찰음이 들린다. 탈원전 정책 같은 국가대계를 지나치게 서두른다는 비판이 있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갈등도 현재진행형이다. 통신료.카드수수료 같은 시장 영역에 정부가 끼어드는 버릇도 여전하다.
정교한 100대 과제 설계보다 더 중요한 건 정책을 실천에 옮기는 능력이다. 아무리 뜻이 좋아도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면 무슨 소용인가. 지금 대한민국엔 요령껏 일 잘하는 정부가 필요하다.
100가지 다 해결하겠다고 욕심 부리다 제 풀에 쓰러지기보다는 선택과 집중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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