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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레저] 발끝만 닿아도 짜릿한 너, 평창 계곡

조용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20 16:56

수정 2017.07.20 16:56

하늘과 맞닿은 고원 더위마저 숨 죽였네
'초록이 묻어나는 여름이야기' 대한민국 피서 1번지 강원도 평창을 가다
평균 해발 700m에 위치한 평창 여름에도 서늘하고 쾌적하기로 유명
우리나라 첫 고랭지인 '육백마지기' 넓은 농경지와 풍력발전기로 장관
내려오는 길목에 위치한 '회동계곡' 사람들 때가 덜 묻어 오지에 온 듯
더위 피할수 있는 축제도 풍성, 냉천수가 솟아오르는 '땀띠공원'.. 내달 송어잡기.그물체험 행사 열려
시원하게 흐르는 계곡물 소리와 함께 산새의 지저귐이 귓가에 전해진다. 여행객이 내딛는 발걸음에 나뭇가지와 나뭇잎이 밟히는 소리가 더해진다. 살며시 계곡물에 발을 담가본다. 발끝만 살짝 닿아도 머리끝까지 찬 기운이 전해진다. 깊은 산속 계곡에 푹 파묻힌 채 다시 찾아온 여름을 잠시 잊는다. 평균 해발 700m 이상 고지대에 위치해 있는 강원도 평창은 한여름에도 항상 서늘하고 쾌적해 '대한민국 피서 1번지'로 불린다.


백두대간의 허리에 위치한 강원도 평창은 수많은 계곡을 품고 있다. 미탄면에 있는 평안동굴(위 사진)과 '이끼계곡'이라고도 불리는 진부면 장전계곡은 굽이굽이 흐르는 계곡물이 얼음처럼 차가워 여름 피서지로 제격이다. 사진=조용철 기자
백두대간의 허리에 위치한 강원도 평창은 수많은 계곡을 품고 있다. 미탄면에 있는 평안동굴(위 사진)과 '이끼계곡'이라고도 불리는 진부면 장전계곡은 굽이굽이 흐르는 계곡물이 얼음처럼 차가워 여름 피서지로 제격이다. 사진=조용철 기자


【 평창(강원)=조용철기자】'백두대간의 허리'에 위치한 평창은 다른 지역보다도 수많은 계곡을 품고 있다. 굽이굽이 이어진 계곡을 흐르는 물은 얼음처럼 차갑다. 맑은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시원한 수박 한 입 베어 물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동네사람들에겐 낙원과도 같은 회동계곡은 울창한 나무가 터널을 이뤄 햇볕 한줌 들어오지 않는 계곡으로 세상과 단절된 느낌을 받는다. 사시사철 물이 솟아올라 1년 내내 계류낚시가 가능한 평안리동굴도 잘 알려지지 않은 명소다. 아직 휴가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면 시원한 계곡과 대관령의 푸른 고원이 손짓하는 평창은 어떨까.

오대천은 오대산 두로봉(1422m), 비로봉(1563m) 등에서 흘러나온 물이 모여 월정사를 지나 정선군 북면 나전리에서 골지천과 합류하는 55㎞ 길이의 하천이다. 길을 따라 계곡물이 시원하게 흐른다. 평창군을 꿰뚫고 흐르는 오대천은 신기계곡, 막동계곡, 장전계곡 등 크고 작은 계곡을 품고 있어 여름 피서객들이 몰려들더라도 크게 붐비지 않는 이점이 있다.

평창의 여름별미 ‘보리밥’ 사진=조용철 기자
평창의 여름별미 ‘보리밥’ 사진=조용철 기자


장전계곡은 가리왕산(1561m) 줄기 서북쪽에서 발원해 오대천으로 합류하는 계곡이다. 가리왕산은 삼한시대 맥국(貊國)의 갈왕(葛王)이 이 지역으로 피난해 '갈왕산(葛王山)'이라 부르다가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곡식을 차곡차곡 쌓아둔 '낟가리' 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

장전계곡으로 들어서면 눈이 먼저 호사한다. 장전계곡은 여름을 이겨낼 시원함 외에 다른 계곡에선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기이한 풍경을 머금고 있다. 계곡물이 어찌나 맑은지 고인 소(沼)마다 초록빛과 푸른빛을 머금고 있다. 물을 품은 계곡 물살은 제법 힘차다. 계곡가의 짙은 숲 아래로는 물이 뿜어내는 찬 기운만으로도 온몸이 서늘하다. 계곡물에 발을 담그면 차디찬 기운에 발가락이 오그라든다. 웬만한 더위로는 몸을 담그겠다는 엄두조차 내기 어려울 정도다. 곳곳에 반석이 있어 물놀이를 하기에 더없이 좋다.

계곡 사이사이에 이끼가 끼지 않는 곳은 없겠지만 장전계곡 상류에는 이끼계곡이 여행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다른 계곡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이끼지만 장전 이끼계곡에서는 그 푸름이 더하다. 바위 하면 떠오르는 회색과 검은 빛을 찾아보기 힘들다. 마치 계곡물에 초록 물감을 풀어놓은 듯 계곡에 있는 바위들은 자신의 색을 잃은 지 오래다. 고개를 들어보면 나무 사이사이에도 이끼들이 듬성듬성 깔려 있다. 거기에 나뭇잎들은 어느 때보다 한여름 태양에 푸르름이 최고조다. 굽이치는 계곡물과 함께 이끼가 어우러져 한 폭의 산수화가 따로없다.

청옥산 정상인 '육백마지기'는 화전민이 정착해 넓고 거친 땅을 개간한 곳으로 평지가 드문 강원도 최초의 고랭지 채소밭이다. 한 관광객이 육백마지기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사진=조용철 기자
청옥산 정상인 '육백마지기'는 화전민이 정착해 넓고 거친 땅을 개간한 곳으로 평지가 드문 강원도 최초의 고랭지 채소밭이다. 한 관광객이 육백마지기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사진=조용철 기자


■하늘 아래 첫 마실길 육백마지기 고원

청옥산과 육백마지기 아래에 있는 회동리는 예로부터 석회암(횟돌)이 많이 난다고 해서 횟골 또는 회동이라고 불린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풍광에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늦추게 된다. 해발 1256m에 화전개간을 하고 산나물을 뜯으며 보릿고개를 버티던 평창 사람들의 한이 담긴 평창아라리의 발생 지역인 청옥산은 예로부터 곤드레 나물과 함께 '청옥'이라는 산나물이 자생해 '청옥산'이라고 지어졌다.

산정상인 육백마지기는 화전민이 정착해 넓고 거친 땅을 개간한 곳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고랭지 채소밭으로 평지가 드문 강원도 산골에서 볍씨 육백말을 뿌릴 수 있는 면적을 가졌다고 해서 '육백마지기'라고 불린다. 육백마지기까지 도로가 나 있어 차량으로 올라갈 수 있는데 길이 비교적 완만해서 등산에도 큰 무리가 없다.

육백마지기로 오르는 길 바로 옆엔 자작나무숲이 자리잡고 있다. 면적이 넓은 건 아니지만 잡목 하나 없이 오롯이 자작나무로만 구성된 숲으로 흰 수피와 초록색 이파리가 멋드러지게 어우러진 명품 숲이다. 차를 잠시 세워 두고 숲으로 들어가면 하얗게 솟아오른 자작나무가 만들어내는 이색적인 풍경에 동화된다.

'육백마지기' 고원으로 오르는 포장도로에서 만난 자작나무숲. 사진=조용철 기자
'육백마지기' 고원으로 오르는 포장도로에서 만난 자작나무숲. 사진=조용철 기자


우리나라에선 드물게 이국적인 기념사진을 남기기 좋은 장소다. 지난해부터 육백마지기에 풍력발전단지가 조성돼 가동에 들어갔다. 고원지대지만 도로가 잘 개설돼 자동차로 갈 수 있는 국내에서 몇 안되는 지역으로 육백마지기 정상엔 넓은 농경지와 함께 길게 이어진 풍력발전기가 장관을 이룬다. 육백마지기에 오르면 청옥산 아래 너른 구릉 너머로 삿갓봉, 백파령, 남병산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육백마지기 아래에는 회동계곡이 있다. 청옥산에서 발원한 물이 모이는 회동계곡은 1급수 어종인 둑중개가 서식하는 청정지역이다. 주변이 원시림으로 이뤄져 있는 회동계곡 주변에서 산골짜기 식물인 함박꽃, 쪽동백 등 다양한 숲 속 식물들을 볼 수 있다. 사계절 경관이 뛰어나 여름철 많은 피서객이 찾고 있다.

지역주민들은 '용소골' '청옥산계곡'이라고 부르는 회동계곡은 길이 총 8㎞로 곳곳에 크고 작은 소와 폭포가 어울려 운치를 자아낸다. 사람들의 때가 덜 묻어 오지에 왔다는 느낌을 기질 수 있는 회동계곡은 한여름에도 햇살이 들어오지 않을 만큼 빽빽한 천연림 터널을 갖추고 있다. 계곡 사이사이마다 청정한 자연을 강조하듯 이끼와 폭포가 흐른다. 회동계곡의 맑은 청정수는 동강으로 흘러들어 서울까지 기나긴 여정에 나선다.

최일선 문화관광해설사는 "회동계곡은 청옥산의 능선이 모여 형성된 울창한 원시림으로 계곡에 그늘이 있어 물놀이 하기에 좋다. 가재잡기 재미가 쏠쏠하고 평평하고 넓은 공간이 많아 가족들이 안심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다"며 "도깨비가 이 지역 제일 부자의 악행을 놀려주는 이야기를 담은 깨비마을도 인근에 있어 둘러볼만 하다"고 소개했다.

평창더위사냥축제가 열리는 땀띠공원 꽃동산에 핀 해바라기. 사진=조용철 기자
평창더위사냥축제가 열리는 땀띠공원 꽃동산에 핀 해바라기. 사진=조용철 기자

도토리묵 사진=조용철 기자
도토리묵 사진=조용철 기자

■'노는 물(水)이 다르다' 평창더위사냥축제

강원 평창군 대화면. 매일 수천t의 차가운 물이 솟아오르는 땀띠공원에서 '평창더위사냥축제'가 28일부터 8월 6일까지 10일간 열린다. 땀띠공원에 있는 땀띠물은 지하에서 솟아오르는 냉천수로 땀띠물로 목욕을 하면 몸에 난 땀띠가 씻은 듯이 사라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노는 물(水)이 다르다'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축제는 맨손 송어잡기, 대화천 다슬기잡기, 대화천 반두(그물)체험 등 프로그램과 '꿈의 대화 캠핑장'의 캠핑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식감이 좋은 평창송어를 직접 잡는 것도 재미있지만 가족이 함께 잡은 송어를 불 위에 구워먹는 맛도 일품이다. 개막일인 28일 축하공연을 시작으로 음악회, 군악대 연주 등 매일 밤 열리는 다채로운 콘서트도 축제의 재미를 더한다. 대화면에서 직접 생산한 농산물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특설장터는 캠핑의 먹거리를 풍성하게 만든다.

대화면 땀띠공원 꽃동산에 만개한 해바라기도 장관을 이루고 있다.
땀띠공원 꽃동산은 전통시장 5일장과 연계한 체류형 테마 관광지 육성 일환으로 조성된 공간으로 약 6600㎡(약 2000평) 부지를 가득 메운 해바라기 꽃밭으로 카메라에 추억을 담으려는 관광객들로 연일 북적인다. 지난해 인기를 끈 물대포도 20대에서 30대로 늘려 시원한 축제장을 물 난장으로 연출할 예정이다.
또 백룡동굴과 함께 평창을 대표하는 석회동굴인 광천선굴은 '한여름에 떠나는 겨울 왕국'으로 변신한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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