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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대한민국은 작고 약한 나라인가?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20 17:10

수정 2017.07.20 17:10

[여의나루] 대한민국은 작고 약한 나라인가?

얼마 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마친 뒤 트위터에 한국은 고래로 중국의 일부였던 것으로 이해된다는 취지의 글을 올린 것으로 보도되었다. 엉뚱한 역사 인식이다. 지나간 2000년 역사를 보면 한반도에는 신라 1000년(삼국시대와 통일신라시대를 합쳐서), 고려 500년, 조선 500년으로 이어졌던 반면 중국 중원을 차지한 왕조는 비슷한 기간 한-수-당-송-원-명-청의 순서로 7번이나 바뀌어왔다. 우리가 중국의 일부였다면 중국 왕조의 몰락에 따라 우리도 바뀌었어야 했을 것이다. 중국 왕조 중 겨우 몇 개가 300년을 넘기는 짧은 수명을 다하는 동안 우리는 1000년, 500년, 500년을 이어온 것이다. 우리 땅덩이는 작았지만 결코 약하지 않았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징을 일본의 시각에서는 중국의 배를 찌르는 단도로, 북쪽 대륙의 입장에서는 일본의 머리 위에 걸린 망치라고 표현한 역사 학자도 있었다. 이런 지정학적 위치로 한반도는 필연적으로 주변국들의 공략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근세 들어 결국 국권을 잃어버리는 치욕을 겪었고, 나라가 두 동강이 나고 만 것은 누구를 탓하기 전에 요충지인 한반도를 노리는 외부세력에 대응하는 우리의 지략이 부족한 때문이었다. 이것은 우리 근세사가 주는 큰 교훈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열세번째로 국내총생산(GDP)이 큰 산업강국이 되었다. 예닐곱번째로 큰 무역규모를 가지고 각국과 활발히 교역하고 있다.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안보 전선을 안정적으로 다져오면서 경제발전에 매진해온 값진 성과이다. 거기에는 정부 주도의 산업정책, 대외지향적 개방과 국민적 교육열을 통한 인재와 기술인력의 배출이 큰 몫을 했다.

2017년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북한의 거듭된 도발로 안보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높다. 중국의 급부상과 앞서가는 일본 사이에서 활로를 찾고자 노력하지만 연 3%를 넘지 못하는 저성장 고착화, 청년실업, 가계부채, 경직된 노동시장, 벌어지는 빈부격차 등 어려운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여기에다가 갈지자 정책으로 시장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방문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다녀와서 밝힌 소회 중에 남북 문제 해법을 찾는데 우리가 주도적 역할을 하고 싶은데 그럴만한 힘이 없어 안타깝다는 취지의 발언이 보도되었다. 한반도 문제 해법을 찾는 데 단골로 등장하는 미·중·일·러는 강대국임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이들을 상대함에 있어서 반드시 이들을 능가하는 군사력과 국력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얕잡아 무시당하지 않을 정도의 국력이 있고, 지략과 단합된 국민의지가 있다면 모든 과정에서 중요한 상수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남북한 문제에서 대한민국은 첫 번째 당사자이므로 더욱 그러하다.

문제는 국민의 단합된 의지이다. 나뭇가지 하나하나는 쉬이 부러지지만 여럿을 묶어놓은 나뭇단은 웬만한 힘으로는 꺾을 수 없다는 교훈을 우리 모두 알고 있으면서도, 국민의 의사는 좀체 하나로 묶여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개발시대와 같이 잘살 수만 있다면 어느 길이든 따라가겠다는 것도 먼 옛날 이야기이다. 독단적인 의사결정은 더 큰 저항과 혼란만 가져올 뿐이다. 또한 머리띠를 두르고 주먹을 휘두르며 도로를 점령한다고 올바른 해법이 나오지도 않는다. 짧은 기간에 민주화를 이루었다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면 우리 힘을 우리가 갉아먹는 꼴이 아닌가. 대한민국은 성공한 중견국가로 자리매김하였다.
다만 민주적 공동체로서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과정이 미숙한 것이다. 결국 문제는 우리 내부에 있는 것이다.
의견이 다를수록 마주 앉자. 그리고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논쟁하자, 치열하게. 거기에서 수렴된 합의는 지키자. 이것이 민주화된 중견 산업강국 대한민국의 힘이다.

김종훈 전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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