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착한 성장’은 성장 포기 아닌가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20 17:10

수정 2017.07.20 17:10

삶의 질 중시하는 건 옳지만 성장 없인 일자리도 못 늘려
새 정부의 경제정책 패러다임이 바뀐다. 성장률 중시 정책을 폐기하고 삶의 질을 중시하는 정책으로 전환한다. 문재인정부는 이를 '착한 성장'이라고 부른다. 20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는 집권 5년간 착한 성장을 구현하기 위한 세부전략 마련 작업의 일환이다. 끝장토론 형식으로 21일까지 열리는 회의에는 청와대와 정부, 여당의 핵심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착한 성장'이란 국민의 실제 삶이 나아지는 성장을 의미한다.
기존의 성장 방식이 대기업은 성장하는데 국민 다수의 삶의 질은 나아지지 못하고 있다는 반성으로부터 출발한다. 착한 성장론의 주도자인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수치적 성장에 연연하기보다는 삶의 질 개선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장률이 높아도 양극화가 심화되거나 일자리가 늘지 않는다면 성장률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올해 경제정책 방향에서 패러다임을 바꾸는 시도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착한 성장'의 기본 취지에는 공감이 간다. 최근 세계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양극화 현상은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가 풀어야 할 과제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경제가 2.8% 성장했지만 가계의 실질소득은 0.4% 줄었다. 특히 저소득층에서 실질소득 감소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가계의 실질소득 감소는 소비를 위축시켜 경제회복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이는 일자리를 늘리고 임금을 높여야 경제회복이 가능하다는 소득주도 성장론의 배경이기도 하다.

그러나 문재인정부의 '착한 성장'은 성장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갖게 한다. 대통령 경제교사로 불리는 김현철 보좌관은 "현 수준으로 볼 때 이 정부 말기에는 0%대까지 성장률이 하락할 수 있다"면서 수치 중심의 성장률 방어가 무의미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문재인정부는 매년 성장률 목표치를 설정하지 않을 계획이다.

성장 일변도 정책이 문제가 있다고 해서 성장 무용론을 꺼내는 것은 곤란하다. 양극화와 같은 부정적 측면을 이유로 성장 자체를 포기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 아니다. 경제가 성장하지 않으면 일자리도 늘어날 수 없다.
분배의 정치학에만 매몰되면 안 된다. 성장과 삶의 질 개선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
그 중심을 잡아야 할 사람은 김 부총리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