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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생계형 프리터족

이재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23 17:10

수정 2017.07.23 17:10

일정한 직업 없이 임시직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이른바 '프리터(Free+Arbeiter의 조어)족'의 원조는 일본이다. 불황기인 1987년 고용정보회사인 리크루트가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청춘을 다룬 영화의 타이틀로 쓴 것이 계기가 됐다. '자유(free)'란 표현에서 보듯 집단 소속을 꺼리고 필요한 돈을 모을 때까지 일한 뒤 취미생활을 위해 떠나는 젊은이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2000년대 들어 최저임금이 올라 아르바이트만으로 일정 수준의 생계가 가능해지면서 프리터가 급증했다.

2000년대 초 일본 출산율이 사상 최저치를 경신한 것도 프리터의 급증이 중요한 원인이라고 지적됐다. 게이오대학의 2004년 조사에 따르면 25~29세 남성 정규직의 48%가 결혼한 데 반해 프리터의 결혼비율은 28%에 그쳤다.
한국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프리터가 급속히 늘었다. 2009년에는 프리터 수가 500만명에 이른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장기불황과 취업난에 어쩔 수 없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비자발적 프리터가 대부분이었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60원(16.4%)이나 오른 시간당 7530원으로 결정되면서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생계형 프리터, 자발적 프리터 시대가 열릴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게다가 정부는 2020년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일본의 전국 평균 최저임금은 시간당 823엔(약 8238원). 아베 정권은 지난해부터 매년 3%씩 올려 2023년 1000엔(약 1만10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국민소득(GNI) 대비 최저임금 수준은 지금도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높다. 내후년쯤에는 절대액수 자체가 일본을 추월할 수도 있다. 우리 최저임금이 대폭 오르자 일본도 크게 충격받은 모양이다.
일본 네티즌들은 "한국으로 아르바이트나 하러 가자"고 개탄하고 노동계는 새삼 '최저임금 1500엔 쟁취'를 외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형편 어려운 영세자영업자의 비중이 워낙 높은 우리나라로선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임금을 감당 못하는 가게들이 줄줄이 문을 닫거나 알바생 해고에 나선다면 '프리터 천국'이 도래할 일도 없을 것이다.

ljhoon@fnnews.com 이재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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