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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최저임금 인상의 역설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24 17:23

수정 2017.07.24 17:23

[fn논단] 최저임금 인상의 역설

필자가 경기지역에 출장 갔다가 서울로 올라오던 중에 상당수 주유소들이 벌써 셀프주유로 변경된 것을 보고 신속한 변신에 놀랐다. 최근 최저임금이 6470원에서 7530원으로 16.4% 대폭 인상된 여파인 것 같다. 이런 가파른 인상으로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오르니 주유소와 같이 아르바이트 시급을 많이 쓰는 업체들은 생존모드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경제는 살아 있는 생명체와 같아서 위기가 닥치면 성장모드에서 생존모드로 바꾼다. 큰 폭의 임금인상에 대처하는 방법은 셋 중의 하나일 것이다.
생산성 증대를 통해 임금인상을 흡수하거나, 인력을 자본(자동화 등)으로 대체해 신규채용을 줄여 고용을 축소하는 방안, 비용 증가를 견디지 못하는 업체는 폐업할 것이다. 또 한 가지 예상되는 문제점은 최저임금 인상의 역설이다. 최저임금 인상의 명분은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 증대인데 역설적으로 그들 중 상당수가 실업자로 내몰릴 수 있다는 점이다. 위의 주유소 예에서 보듯이 아르바이트 채용을 줄이고, 아파트도 보안시설로 대체해 경비인력을 줄일 것이다. 파이낸셜뉴스(2017년 7월 14일)에 소개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49.1%가 임금인상으로 일자리가 없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고용불안을 느낀다고 했다.

최근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대통령의 발표가 있었지만 인상 기조는 지속될 전망이다. 현 정부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 경제정책의 기둥인 소득주도 성장을 촉진시키기 위해 최저임금 전략이 동원됐다. 임금인상을 통해 내수를 증진시키고, 궁극적으로 일자리를 늘린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 발표된 바 있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이어 최저임금 인상은 정해진 수순이었다. 이제 남아 있는 카드가 근로시간 단축이다.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내수도 증진시키고 추가적으로 일자리도 늘린다는 전략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이 모든 것이 기업 측에서 보면 상당한 비용증가 요인으로 작용한다. 기업은 생존을 위해 비용을 줄이려고 자동화시키거나 해외투자로 살 길을 찾을 것이다. 그러나 영세중소기업들엔 이런 대안적인 전략들은 그림의 떡이다. 정부도 이번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영세중소기업 및 소상공인들에게 재정적인 지원을 해준다고 하는데, 얼마동안 지원 가능할지 모르겠다.

경제정책의 성패는 그 정책이 지속가능한가에 달려 있다. 지속가능하지 않은 정책은 미래의 불확실성을 더 한층 높여준다. 국민들은 10년 혹은 20년을 내다보고 살림살이를 짠다.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살아남기 위해서 저축을 늘리고 소비는 줄인다. 100세까지 살아가야 하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 정부의 할 일은 미래의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것이다.
경제정책들이 예측가능하며 일관성이 있어야 하고 지속가능성이 담보돼야 불확실성이 줄어든다. 그래야 기업들도 투자를 늘리고 소비자들도 지갑을 연다.
그래야 일자리도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질 것이다.

이윤재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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