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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로] 선조들의 여름나기

신홍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24 17:27

수정 2017.07.24 17:27

[윤중로] 선조들의 여름나기

올여름은 유난히 덥다. 후텁지근한 날씨에 불쾌지수도 높다. 사무실마다 에어컨을 최대한 틀어놓으니 때아닌 감기환자도 늘었다. 모두가 하루빨리 여름이 지나갔으면 하는 눈치다.

이런 더위 속에 에어컨이 없었던 우리 선조들은 어떻게 지냈을까. 이리저리 인터넷 쇼핑을 하고 있을 때 눈에 확 들어오는 구절이 있었다. 내용은 이렇다.
선조들은 무더운 여름이 되면 냇가로 가 차가운 물에 멱을 감는다.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바가지에 물을 떠서 시원한 물을 가슴에 있는 유근(젖꼭지)에 조금 묻힌다고 한다. 그러면 몸의 온도가 내려가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웃기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댓글을 보니 효과가 있었다는 사람이 많다.

문헌을 찾아보면 선조들의 여름나기에는 다양한 용품이 등장한다. 이 중 대표적인 것이 등등거리다. 등등거리는 등나무 덩굴을 가늘게 해 윗옷 모양처럼 만든 것이다. 이를 옷 안의 등에 걸치면 옷이 살갗에 닿지 않고 옷 속으로 바람이 잘 통해 시원하다. 지금 입고 다니면 아마 로보캅처럼 어깨가 풍성해 보일 것이다.

등등거리와 비슷한 용도인 등토시는 팔에 끼는 것으로 옷 사이로 바람이 잘 통하게 한다.

죽부인도 빼놓을 수 없다. 우리나라 여름밤은 기온이 높을 뿐만 아니라 공기 중에 습기가 많아 후덥지근하다. 죽부인은 대나무 줄기를 엮어 만든 침구로 안거나 팔다리를 걸치기에 편하다. 삼베 홑이불 하나 덥고 죽부인을 안고 자면 대나무의 차가운 감촉과 죽부인 공간을 지나 스며드는 시원한 바람이 땀이 나거나 끈적이는 것을 방지해 줘 숙면을 취하게 해준다. 주로 집안의 남자 웃어른만 죽부인을 사용할 수 있었고, 웃어른이 돌아가시면 사용하던 죽부인도 함께 태울 만큼 귀하게 다뤘다.

통발은 삼베 옷에 사용된다. 찌는 듯한 더위에 삼베 옷에 바람이 잘 통하도록 철제로 만든 것이다. 일종의 옷 속에 넣어 사용하던 바람을 통하게 하는 기계다.

원두막도 예나 지금이나 여름 피서지로 각광받는 곳이다.
바람 솔솔 불어오는 원두막에 누워 참외, 수박 등 여름 과일을 먹으면서 한여름 더위를 씻는 것만큼 좋은 피서도 없다. 사다리를 타고 오른 원두막은 바람도 시원해 낮잠을 청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어릴 적 할머니와 원두막에 앉아 부채로 모기를 쫓으며 옛날 이야기를 들었던 때가 엊그제같이 새록새록하다.

멋스러우면서도 지혜로운 우리 선조들의 여름나기. 에어컨에 익숙해 있는 현대인들에게는 낯설지만 이번 여름에는 한번쯤 실천해 보면 어떨까.

shin@fnnews.com 신홍범 증권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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