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논단] 정권 초 의욕과잉은 없는가

강문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25 17:09

수정 2017.07.25 17:09

[fn논단] 정권 초 의욕과잉은 없는가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지 70여일이 지났다. 문 대통령은 고공행진하는 지지율을 지렛대 삼아 대선 공약을 밀어붙이고 있다.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화, 카드수수료 인하, 통신비 절감, 탈원전, 최저임금 1만원, 증세 등 굵직굵직한 이슈가 하루가 멀다하고 등장한다.

하지만 촘촘한 이행방안 없이 의욕만 앞세우다 논란과 갈등만 키운다. 을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며 내년 최저임금을 역대 최대치로 올렸지만 또 다른 을인 영세자업자들이 눈물을 흘린다. 비정규직 제로화와 최저임금이 1만원이 되는 과정에서 일자리 감소는 불을 보듯 뻔하다.
준비된 대통령답지 않다.

문 대통령의 탈원전 선언에 국론은 두 동강날 조짐이다.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중단 여부를 공론화위원회와 시민배심원단에 맡긴 것도 문제다. 이들은 법적 지위도 불분명하다. 수조원의 국민 혈세가 드는 정책은 국민이 뽑은 국회의 동의를 받는 게 순리다. 이 모든 게 국민을 위해서라지만 진정성도 보이지 않는다. 일자리추경 국회 통과 과정을 보면 그렇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국회 시정연설에서 지금의 청년세대가 '부모세대보다 못사는 첫 번째 세대'가 될 것이라며 추경 통과가 절박하다고 했다. 하지만 추경안 통과는 45일이 걸려 10년 만에 가장 늦었다. 야당이 반대하는 공무원 채용을 고집해서다. 표결 과정에서도 여당 의원 27명이 자리를 비워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는 촌극을 연출했다. 절박함과는 거리가 멀다.

증세 문제도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은 누누이 증세는 최후의 수단이라 했지만 말을 뒤집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민주당은 슈퍼리치에만 적용하는 '사랑과세' '명예과세'라고 둘러대지만 곧 모든 국민에게 청구서가 날아들 것이다. 부모보다 못사는 첫 세대에게 부모보다 더 많은 세금 부담을 지우는 것이다. 여기저기 정책이 충돌하는 사례도 나온다. 탈원전으로 인한 전력수급 우려에 대해서는 한국 경제 성장세가 둔화돼 전력수요가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문 대통령의 공약 이행에 드는 재원대책에서는 경제가 살아나 5년 동안 60조원의 세수가 더 걷힐 것으로 추산했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헷갈린다.

프랑스 사회당의 몰락은 반면교사다.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은 만성적 경기침체와 10% 안팎의 실업률 등 잇단 악재로 임기 말 지지율이 4%까지 곤두박질쳤다. 오락가락 경제정책과 포퓰리즘 정책이 원인이다. 최고 75%의 부유세는 위헌 판결을 받았다. 사회당 대선 후보가 된 브누아 아몽은 한술 더 떴다. 그는 기본소득, 근로시간 단축, 탈원전 등 모든 사탕발림 공약을 발표했다가 6%대 표를 얻는 데 그쳤다. 반세기 역사의 사회당은 지난 6월 총선에서 하원 577석 가운데 30석을 얻은 군소정당으로 전락했다.

정권 초 고공비행하는 지지율은 신기루다. 과거 정권이 대부분 그랬다. 문 대통령 지지율도 서서히 꺾이는 조짐이 보인다. 대통령은 국정 수행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최소화해야 한다.
아니면 말고 식의 사고로는 곤란하다. 함께 가야 멀리 간다.
정권 초 의욕과잉을 경계해야 한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논설위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