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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여야 모두 세금을 너무 가볍게 본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26 17:08

수정 2017.07.26 17:08

제 돈 아니라고 중구난방.. 세금이 쌈짓돈인줄 아나
국가의 조세정책이 조석으로 변하고 있다. 권력 실세들의 한두 마디에 기존 정책 방향이 하루아침에 싹 바뀐다. 전문성을 갖춘 국책연구기관의 심도 있는 분석이나 사전검증도 거치지 않는다. 충분한 설명을 통해 국민의 이해와 공감을 구하는 절차도 사라졌다. 세금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건 아닌가.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이후 증세를 놓고 정책 방향이 오락가락한다. 정부는 그동안 '당분간 증세는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세제개편안에는 명목세율 인상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그러나 지난주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 이후 입장이 뒤집어졌다. 다음달 2일 발표할 예정인 세제개편안에는 그동안 부인해오던 명목세율 인상이 포함될 예정이라고 한다.

세제는 경제정책의 핵심 수단이다. 그에 대한 결정권은 정부 경제팀 수장인 김 부총리에게 있다. 김 부총리의 결정권을 존중해주지 않으면 정책이 흔들리고 경제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정부 입장이 증세로 급선회한 것은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에 대한 세율인상을 주장하고부터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도 거들었다. 추 대표와 김 장관이 아무리 여권 실세라 해도 김 부총리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

민주당이 갑자기 '슈퍼리치 증세론'을 들고 나온 배경이 궁금하다. 슈퍼리치 증세안에 찬성이 85.6%, 반대가 10%라는 여론조사 결과에 고무된 듯싶다. 그러나 '부자 때려 박수 받자'는 의도라면 지금이라도 재고하기 바란다. 특정 정파의 정략에 따라 좌우되는 조세정책은 성공하기 어렵다.

정략적 목적으로 세제를 흔드는 것은 야당도 마찬가지다.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담뱃세 인하 법안'도 그런 예다. 갑당 세금을 2000원씩 내려 담뱃값을 4500원에서 2500원으로 낮추겠다는 내용이다. 금연정책 한다며 스스로 올린 담뱃세를 2년 만에 다시 내리겠다니 웃음거리밖에 안 된다. 정책의 일관성 부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증세 없는 복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박근혜정부는 근로자의 '유리지갑'에 눈을 돌렸다. 근로자의 소득공제 방식을 바꾸는 방법으로 사실상 증세를 하는 편법을 택했다.
당시 청와대 모 수석은 이를 '고통 없이 거위털 뽑기'에 비유했지만 연말정산 파동을 피하지 못했다. 민주당은 문제의 '슈퍼리치 증세안'을 '명예과세' '사랑과세' '존경과세' 등으로 부르고 있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증세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여론전이라고는 하지만 세금을 너무 희화화하는 것은 아닌가. 세금에 관한 한 정부는 납세자인 국민 앞에 좀 더 겸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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