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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재판 생중계

강문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26 17:08

수정 2017.07.26 17:08

1925년 7월 18일, 미국 테네시주 작은 도시 데이튼에서 고등학교 교사 존 스콥스가 법정에 섰다. 법적으로 금지된 다윈의 진화론을 가르친 게 죄목이다. 스콥스는 재판에서 져 벌금 100달러의 유죄가 확정됐다. 이 재판은 미국 전역에 라디오로 생중계됐다.

1961년 4월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유대인 600만명을 추방하고 학살한 전직 나치 장교 아돌프 아이히만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 이 재판은 전 세계 37개국에 최초로 생중계됐다.
지난 3월 개봉한 '아이히만쇼'는 재판 과정을 생중계한 제작진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미국 프로풋볼(NFL) 최고 스타 OJ 심슨 재판은 1994년 6월부터 1년4개월에 걸쳐 미국인의 눈과 귀를 TV 화면에 끌어모았다. 흑인의 우상이었던 심슨이 백인 전처와 그의 연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 열풍을 일으킨 데는 TV 생중계를 허용한 재판부의 결정이 컸다.

국내에서 재판이 생중계된 첫 사례는 2013년 3월 대법원 심리로 열린 다문화가정 부부의 다툼 사건이다. 한국으로 시집온 베트남 여성이 남편의 동의 없이 갓난아이를 데리고 돌아가면서 소송이 벌어졌다. 이어 통진당 이석기 재판. 세월호 승무원 재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이 잇따라 생중계됐다.

대법원이 8월부터 사회적 관심을 끄는 법원 1.2심 재판 선고까지 생중계를 허용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최종심에 한해 생중계를 일부 허용했다. 해외에서도 재판 생중계 범위가 넓어지는 추세다. 미국은 워싱턴DC를 제외한 50개 주가 원칙적으로 생중계를 허용한다. 영국 대법원은 재판의 전 과정 생중계를 허용한다. 반면 독일.프랑스.일본은 생중계는 허용하지 않고 첫 재판이 시작되기 전 법정 모습을 촬영하는 정도만 가능하다.

하지만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우선 생중계 허용 여부가 피고인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재판장 결정사항이라는 점은 문제다. 재판장이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어서다.
여론재판으로 흐를 우려도 있다. 피고인이 훗날 사생활 보호 등을 이유로 영상 삭제 등을 요청하더라도 현실적 구제가 어렵다.
안하느니만 못하다는 말이 안 나오게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때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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