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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車 퇴출 위기.. 유럽 각국서 계획 밝혀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26 17:16

수정 2017.07.26 17:16

배출가스 조작사태 확산
전기차가 공백 메우기 전에 디젤차 시장 몰락할 수도
세계 최대 디젤 자동차 시장인 유럽에서 잇따라 악재가 겹치면서 디젤 기술 자체가 사장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주요국에서 디젤 자동차 판매 금지를 예고하는 가운데 제조사들의 불법 담합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디젤이 전기차에 시장을 내어준다는 주장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25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서 유럽의 디젤 기술이 위기에 처했다며 디젤 엔진과 관련된 배출가스 조작사태가 커질수록 디젤 시장의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예상했다. 신문은 디젤 시장의 위축 속도가 전기차 시장의 성장보다 빠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연이은 악재에 디젤 시장 흔들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는 지난 11일 발표에서 2016년 사이 유럽연합(EU) 내 15개국에서 팔린 신차 가운데 디젤 자동차 비율이 52.1%에서 49.9%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해당 비율이 50%를 밑돈 것은 지난 2009년(46.1%) 이후 처음이다.
디젤 자동차 판매량은 올해 상반기에 영국과 독일, 프랑스에서 각각 10%, 9%, 7%씩 줄었다. 스위스 UBS은행은 지난해 12월 보고서에서 세계 디젤 자동차 점유율이 2025년까지 4%포인트 떨어져 13.5%를 기록한다고 내다봤다.

감소세는 점점 빨라질 전망이다. 영국 정부는 25일 발표에서 온실가스 억제를 위해 오는 2040년부터 모든 디젤 및 가솔린 엔진 차량의 자국내 신규 판매를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 또한 이달 초에 같은 내용의 내연기관 자동차 규제안을 제시했다. 프랑스 파리와 스페인 마드리드, 그리스 아테네 시장들은 지난해 11월 발표에서 2025년까지 시에서 디젤 자동차 운행을 금지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독일 슈트트가르트 역시 올해 2월에 내년부터 환경기준에 못 미치는 디젤 자동차를 시에서 퇴출하겠다고 선언했다.

제조사들을 향한 수사 역시 날카로워지고 있다. 지난 21일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폭스바겐과 아우디, 포르셰, BMW, 다임러를 포함한 독일 자동차 제조사들이 1990년대부터 배출가스 처리 문제에 대해 담합을 벌였다고 폭로했다. 만약 슈피겔의 보도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다른 독일 제조사들 역시 2015년 폭스바겐의 디젤 자동차 배출가스 조작 사건과 같이 불법행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크다. 독일 공정거래위원회와 EU 집행위원회는 이미 담합혐의를 놓고 수사에 착수했다.

■유럽 정재계 '디젤 살리기'

고연비로 각광받던 디젤이 이처럼 몰락하면서 시장에서는 전기차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BMW는 25일 2019년부터 인기 차종인 '미니'의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겠다고 공지했다. 볼보 또한 이달에 2019년부터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차량만 만들겠다고 못 박았다. 다른 제조사들 또한 신규 전기차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NYT는 유럽 각국의 디젤 금지 규제를 지적하며 전기차가 디젤 자동차의 공백을 메우기 전에 디젤 시장이 몰락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엘리자베타 비엔코브스카 EU 집행위원은 지난달 17일 EU 교통장관들에게 보내는 서신에서 디젤 시장이 급속히 붕괴할 경우 "제조사들이 전기차 개발에 투자할 자금을 확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독일 정부는 다음달 2일 베를린에서 '디젤 정상회의'를 열어 기업 경영진 및 정치 관계자들을 초청해 디젤 자동차 현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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