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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부자 증세’에 ‘서민 감세’ 맞불… 자기모순 빠진 한국당

이태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26 17:50

수정 2017.07.26 17:50

“국민건강 증진” 담뱃세 올렸던 한국당, 정권 바뀌니 “효과 없다 다시 내리자”
바른정당 등 야권서도 비판
유류세 인하 법안도 준비 민주선 무대응 전략 일관
정부.여당의 '부자 증세'에 자유한국당이 '서민 감세'로 맞불을 놓고 있다.

한국당은 26일 전신인 새누리당 시절 박근혜 정부와 함께 인상시켰던 담뱃세를 도로 내리는 법안을 추진 하고 있다. 현행 4500원인 담뱃값을 원래 수준인 2500원으로 내리는 것이 골자다.

정부.여당이 증세 정책을 본격적으로 펼치는 상황에서 한국당은 거꾸로 감세를 주장하며 공격에 나섰다. 여당으로서도 담뱃세가 서민 생활에 직결되는 부분인만큼 한국당 주장을 무작정 무시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여권 압박 위해 '자기모순'

한국당은 이번 '담뱃세 인하' 정책으로 자기모순에 빠지게 됐다.
불과 3년 전 한국당은 '국민 건강 증진'을 이유로 담뱃세 인상을 추진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자마자 담뱃세 인하를 거꾸로 주장하면서 결국, 당시 담뱃세 인상이 흡연율 억제 보다 세수 채우기 시도였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 셈이다.

같은 야권에서도 비판이 빗발쳤다. 김세연 바른정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의원.원외위원장 연석회의에서 "국민건강을 이유로 담뱃값을 인상한 게 엊그제 같은데 지금 와서 다시 내린다는 건 자가당착이고 한마디로 코미디"라며 "스스로 '포퓰리즘 정당'이란 것을 증명한 꼴이 됐다"고 꼬집었다.

비난여론이 나타나자 한국당은 다소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담뱃세 인하에 대해 ""대선 공약이라는 점에서 국민 앞에 당연히 이행해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정말 이행 단계에 들어설 때 다시 한번 검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당이 비판여론을 감수하면서까지 담뱃세 인하 정책을 들고 나온 데는 '여당 압박용'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민주당의 속앓이를 예상하고 증세정국에서 주도권을 가져오기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한편, 한국당은 또 다른 서민감세 정책인 유류세 인하 법안도 준비하고 있다. 배기량 2000㏄ 미만의 모든 차종에 대해 유류세를 절반으로 인하시키는 방안으로 세수 감소액은 약7조2000억원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딜레마 빠진 민주당 '무대응 전략'

여당인 민주당은 한국당의 담뱃세 인하 추진으로 딜레마에 빠졌다. 담뱃세는 서민세로 대표되는 항목이기 때문에 감세를 무작정 거부하기 곤란한 상황이다. 또 민주당은 과거 박근혜 정부와 한국당이 담뱃세 인상을 추진할 당시 강한 반대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집권 전까지 담뱃세 인상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그렇다고 담뱃세 인하에 동의하기는 더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담뱃세 인상 전후 거둬들인 세수를 살펴보면 2014년 6조9905억원, 2015년 10조5181억원, 2016년 12조3761억원이 담뱃세로 걷혔다. 인상 후 불과 2년만에 기존 세수의 2배 가까운 돈이 들어온 셈이다.

문재인 정부로서는 국정과제에 쓰일 세금 확보가 시급한 상황에서 이미 확보된 세금을 감소시키는 것에 동의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은 일단 '전략적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담뱃세 인하 여부 보다는 한국당의 태도 변화를 지적하는데 주력하는 모양새다.

민주당 기재위 관계자는 "야당에서 관련 법안을 내놓는다면 당연히 논의는 해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담뱃세 인상을 놓고 1년 가까이 진통을 겪으면서 결정한 것을 이제와 다시 내리겠다고 하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
세법이 장난이냐"고 비판했다.

당 지도부도 담뱃세 인하 보다는 한국당의 '말 바꾸기'를 지적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신들이 올렸던 담뱃세를 이제 와서 내리자는 발상은 담뱃세 인상 명분이 모두 거짓말이었음을 실토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정치권은 진중하고 정직한 자세로 세금 문제를 다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golee@fnnews.com 이태희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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