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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P2P대출' 불공정 이용약관 시정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27 12:00

수정 2017.07.27 12:00

공정거래위원회가 투자자들 피해가 우려되는 온라인 P2P(개인간) 대출 사업자의 불공정 이용약관을 시정 조치했다. P2P대출은 개인투자자와 개인 자금수요자 사이에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중개로 대출이 이루어지는 새로운 금융 형태다.

27일 공정위는 11개 온라인 P2P대출 플랫폼 사업자의 투자자 이용약관과 홈페이지 이용약관 등을 직권으로 심사해 7개 유형의 불공정 약관조항을 시정했다. 직권 조사 11개 사업자는 한국P2P금융협회 회원사중 대출잔액 100억원 이상(3월말 기준)인 기업이다.

P2P대출은 최근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허점이 많다.
대출채권의 관리·처분 권한은 사업자에게 있다. 반면 투자손실은 투자자에게 귀속된다. 사업자의 도덕적 해이로 인한 투자자 피해 우려가 있지만 다른 금융업 분야보다 규제 수준은 낮은 상황이다. 실제 미국 렌딩클럽의 부정대출 사건, 중국 e쭈바오의 횡령 사건, 한국 머니옥션의 투자금 지급 지연 사건 등 P2P 투자자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공정위는 P2P대출 플랫폼 이용약관에 포함된 불공정약관을 점검, 시정했다.

우선 P2P대출의 이용약관에서 자의적인 추심 위임 조항을 개선했다. '추심 위임 조건과 수수료를 구체적으로 기재하고 이에 대해 투자자들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시정했다.

그간 P2P대출 업체들은 연체가 발생한 채권에 대해 사업자 재량으로 추심업체에 채권추심을 위임하고 추심수수료를 고객에게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했었다. P2P 플랫폼 사업자는 연체채권에 대한 추심업무를 제3의 업체에 위임할 권리가 있지만 그로 인한 경제적 부담은 고객이 지도록 해놓았다.

공정위 소비자정책국 인민호 약관심사과장은 "추심업무를 추심업체에 위임하는 경우 추심수수료가 발생하고 이는 고객인 투자자의 부담이지만, 해당 약관조항들은 사업자가 어떠한 경우 추심을 위임하는지, 그 때 발생하는 수수료는 얼마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사업자는 추심위임이 불필요한 경우에도 추심을 위임해 투자자에게 예측하지 못한 손실을 입힐 가능성이 있으므로 부당하다"고 말했다.

자의적인 채권 매각, 채무 감면 조항도 바꿨다. 사전에 채권매각 조건, 절차 등을 투자자에게 상세하게 안내하고 이에 대해 투자자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개선했다.

인 과장은 "대출채권을 할인 매각하거나 채무자의 채무 일부를 감면해주는 경우 투자자의 수익이 감소하거나, 경우에 따라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사업자로서는 투자자들에게 공시되는 연체율을 관리하거나 유지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해당 조항을 근거로 불필요하게 채권을 할인 매각하거나 채무를 감면할 수 있어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사업자의 잘못으로 인해 발생한 손실에 대해 고객이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포괄적인 사업자 면책 조항도 수정했다. 지금까지는 '투자자가 어떠한 경우에도 사업자에게 투자손실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약관에 규정돼 있었다.

채권 양도 금지 조항도 삭제된다. 양수인이 플랫폼 회원이거나 양수인 정보를 사업자에게 제공하는 등 투자자 정보를 알 수 있고, 개인 투자한도를 초과하지 않는 등 일정한 경우 원리금수취권을 양도할 수 있도록 했다.

그간 투자자는 채권을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없다고 약관에 규정해 투자자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했다. 인 과장은 "플랫폼 회원간 양도와 같이 양수인이 투자자 자격을 갖추었는지, 개인 투자한도를 초과하지는 않는지 등을 사업자가 파악할 수 있는 경우까지도 채권양도를 전부 제한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말했다.

일방적인 계약 해지 조항도 삭제됐다. 투자 취소나 투자자 자격 박탈 시 해당 내용을 투자자에게 통지함으로써 시정하거나 이의를 제기할 기회를 부여하도록 약관을 개정했다. 지금까지는 회사가 별도 통지 없이 투자를 취소하거나 투자자 자격을 박탈할 수 있었다. 이는 고객이 잘못을 시정하거나 이의제기할 기회조차 없는 것이어서 약관법 위반이다.

약관 개정 절차도 고객의 동의를 받도록 했다. 앞으로 사업자는 약관을 변경할 때 고객에게 개별 통지하여 고객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동의를 받고, 고객이 약관 개정에 동의하지 않으면 기존 약관을 적용받거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그간 사업자는 재량에 따라 수시로 약관을 개정할 수 있었다.

또 고객의 주소지를 관할하는 법원이나 민사소송법상 관할법원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지금까지 약관에는 사업자의 본사 소재지 관할법원을 전속적 관할법원으로 한다고 돼 있었다.

인 과장은 "이번 P2P 대출업체 약관 점검을 계기로 투자자들이 수익률 정보뿐만 아니라 추심 수수료, 채권의 관리와 매각 방식 등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갖기를 바란다.
또 P2P대출 사업자 스스로 투명성을 제고해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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