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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변호사가 너무 많다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27 17:26

수정 2017.07.27 17:26

[여의나루] 변호사가 너무 많다

최근 변호사 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우리 변호사 업계는 시장예측 실패로 배추를 과다생산한 농가들이 가격폭락으로 수확을 포기하고 산지에서 배추를 폐기하는 '배추밭 갈아엎기' 직전의 상황에 처해 있다. 법조인 양성 제도가 로스쿨로 일원화된 이후에도 연 1600명이 새로 변호사로 진입하고 있다.

우리 경제 규모와 법률시장 규모 및 현재 변호사 수를 고려하면 신규 배출되는 변호사의 수가 너무 많다. 과열경쟁을 하다 보니 법 위반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적정 수의 변호사를 배출해 국민에게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취지와 달리 변호사가 과포화되자 대국민 법률서비스의 질이 도리어 악화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국민의 부담으로 연결되고, 사법 불신을 야기하는 큰 요인이 될 것이다. 변호사만 무작정 늘리는 것은 변호사들을 무한경쟁으로 몰아 저가수임 경쟁과 도덕적 해이에 빠트리고, 그로 인한 피해는 온전히 국민에게 전가된다. 변호사가 계속 과잉공급되면 변호사 사회의 붕괴를 거쳐 최종적으로는 사회적 신뢰가 붕괴될 것이다. 적정 변호사 수는 그 나라의 국내총생산(GDP), 국민의 법치수준, 법 감정 등 다양한 요소를 복합적으로 검토해 정해야 한다. 현재 우리는 변호사 1인당 국민 수가 일본보다 약 959명 적다. 일본 GDP는 세계 3위, 우리는 세계 11위다. 일본은 우리보다 GDP가 3배 이상 높아 법률서비스 수요가 높은 데도 불구하고 변호사 공급과잉 문제를 겪고 있다. 일본은 경제단체연합회의 강한 요구로 로스쿨 제도를 도입했으나 예상된 수요 증가는 없었다. 변호사의 회사, 국가, 지방자치단체 취업이 '경력관리용'이라는 편견에 시달리고 심하게는 이지메 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로스쿨 도입 후 오히려 변호사의 질 저하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해 로스쿨 25곳이 스스로 학생모집을 중단하기도 했다. 일본은 변호사 연 3000명 공급을 목표로 2004년 로스쿨 74개를 개원했으나 현재까지 로스쿨 55%가 문을 닫고 변호사 공급이 연 1500명으로 낮춰졌다.

신규 변호사 수를 줄여서 연 1000명 정도로 하는 것이 적정하다. 로스쿨 통폐합과 법학전문대학원평가위원회의 엄격한 운영을 통해 입학정원을 현재 2000명에서 1500명으로 줄이고 결원보충제를 폐지할 필요성이 있다.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는 위원 총 15명 중 3명, 법학교육위원회는 총 12명 중 2명, 법학전문대학원평가위원회는 10명 중 1명만 변호사다. 법률 제정 시와 달라진 법률시장 상황이 반영되려면 현재 실정을 각 위원회에 보다 잘 반영할 수 있는 변호사 위원 수를 늘려야 한다.

최근 법학전문대학원평가위원회 위원을 증원하고, 늘어난 정원만큼 변호사 평가위원을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률이 발의됐다. 법학전문대학원이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법률전문가인 변호사를 양성하는 특수한 기관임을 감안해 최대 수요자인 대한변협이 법학전문대학원에 대한 평가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의 구성 역시 변호사시험을 통해 배출하는 인력이 변호사임에도 불구하고 변호사는 상대적으로 법학교수에 비해 소수이다.
이렇게 되면 법학전문대학원 평가와 마찬가지로 변호사 업계가 바라는 인재상을 변호사시험에 반영하기 어렵다.

대한변협과 법학전문대학원은 로스쿨 제도가 국가와 사회에 도움이 되는 법조인을 양성할 수 있도록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법조인을 양성하는 기관으로서 상생 발전해 나가도록 협력해야 한다.
대한변협은 그에 적합한 역할을 할 것이다.

김 현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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