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fn스트리트

[fn스트리트] 내연기관차의 종말

이재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27 17:27

수정 2017.07.27 17:27

자동차 하면 실린더 내부에서 석유를 연소시켜 동력을 발생시키는 엔진, 즉 내연기관을 떠올리지만 사실 최초의 자동차는 커다란 보일러를 단 증기차, 즉 외연기관차였다. 영국의 제임스 와트가 증기기관을 발명한 지 4년 후인 1769년 프랑스 포병장교인 니콜라 퀴뇨가 대포를 운반하기 위해 3륜 증기차를 처음 만들었고 19세기에는 영국 도처에서 증기버스가 운행됐다. 증기차의 치명적 약점은 10%에도 못 미치는 낮은 열효율이었다.

흔히들 20세기 말에 등장했다고 알고 있는 전기차조차도 내연기관차의 대선배다. 최초의 전기차는 1834년 스코틀랜드 사업가 로버트 앤더슨이 만들었다. 냄새와 소음.진동이 적고 시동 걸기가 편한 전기차는 1900년대 초 미국 주요 도시에서 택시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전기차는 배터리 충전이 어렵고 무겁고 비싸다는 단점이 부각되면서 1930년대 이후 퇴장했다.

프랑스 기술자인 에티엔 르누아르가 1860년 개발한 가스엔진이 첫번째 내연기관으로 꼽힌다. 독일 기술자 고트리브 다임러는 1883년 가솔린 엔진을 제작했고 2년 후에는 오늘날의 오토바이에 해당하는 '라이트바겐'을 선보였다. 독일의 카를 벤츠가 가솔린 엔진차를 개발하고 특허를 취득한 1886년은 '자동차 빅뱅의 해'로 통한다. 내연기관차는 20세기 초 미국 텍사스와 중동의 대규모 유전 개발로 유가가 싸지면서 시장을 평정했다.

130년간 영화를 누린 내연기관차의 시대가 마침내 막을 내릴 것인가. 유럽 각국이 내연기관차의 판매 중단 계획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프랑스에 이어 영국이 질소산화물 배출로 인한 대기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40년부터 휘발유.경유차량의 판매를 금지할 것이라고 주요 외신들이 전했다. 독일은 2030년부터, 네덜란드와 노르웨이는 2025년부터 판매를 금지할 움직임이다. 내연기관차의 퇴출은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사건이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다.


세계 자동차시장은 전기차 시대로 급속히 옮겨가고 있는데 한국차는 좌표를 잃고 헤매고 있다. 한국 전기차의 경쟁력은 미국.일본.독일은 물론 중국에도 뒤진다는 평가다.
혁신의 대열에서 이탈하면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

ljhoon@fnnews.com 이재훈 논설위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