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문재인 정치와 노무현 정치

조석장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27 17:27

수정 2017.07.27 17:27

[데스크 칼럼] 문재인 정치와 노무현 정치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인생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운명적 만남에서 시작됐다는 건 널리 알려진 일이다.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대선기간에 "문재인을 친구로 두고 있기 때문에 나는 대통령감이 된다"고 말할 정도로 두사람은 '동지적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래서인지 문재인정부를 노무현정부의 '시즌2'로 생각하려는 사람도 많다. 실제 문재인정부의 주축은 노무현 시대의 당·정·청 인맥이며, 국정운영 원칙과 정신도 노무현정부 국정철학에 상당히 근접해 있다.

그러나 노무현 정치와 문재인 정치는 맥락이 비슷하면서도 결이 많이 다르다.

우선 노 전 대통령은 격정적이며, 우적(友敵)을 가르는 정치언어를 썼다.
이에 반해 문 대통령은 온화하며, 상대방에게 타협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준다. 노 전 대통령은 승부사요, 원칙을 위해 싸우는 열혈 검투사였다. 그래서 타협보다 원칙을 강조하면서 대결정치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자신의 생각을 밀어붙이면서도 특유의 소통능력으로 국민과 야당의 반감을 경감시키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외교 관계에서도 노 전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라크 파병,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등 미국의 요구를 거의 들어주었음에도 미국과 불편한 관계를 지속했다. 특히 동북아균형자론 등으로 한국이 동맹에서 벗어나려 한다는 미국 측의 의구심을 키웠다.

이에 반해 문 대통령은 집권 전 사드 문제와 북한방문 문제 등으로 미국에 불편한 인상을 주었지만, 집권 후 '코리아 이니셔티브'를 인정받으면서도 반미적이라는 인상을 말끔히 지워냈다.

노 전 대통령은 또 당·정 분리, 당·청 분리를 선언해 원활한 국정운영이 어려웠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되자마자 "이 정부는 문재인정부가 아니라 민주당정부"라며 당·정 일체, 당·청 일체가 국정운영의 동력임을 선언했다. 노 전 대통령은 측근 관리를 못해 끝내 좌절했다. 문 대통령은 당선 후 청와대에 입성하면서 "빈손으로 들어가 5년간 국민에게 원없이 봉사하고 빈손으로 나오자"고 했다고 전해진다.

이런 점을 두고 볼 때 노 전 대통령이 서생적 문제의식에 치우쳐 있다면 문 대통령은 상인적 현실감각을 곁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이 '사자'의 용맹함을 가졌다면, 문 대통령은 '여우'의 교활함(지혜로움)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노 전 대통령의 정치를 넘어서야 한다. 그것이 문 대통령의 과제다. 문 대통령도 "참여정부를 뛰어넘어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 나라다운 나라로 우리의 꿈을 확장해야 한다"며 노무현 정치를 발전적으로 극복할 것임을 대내외에 천명했다.

그러나 집권 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낙관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탈원전, 비정규직 제로, 최저임금 인상, 부자증세, 자사고 및 외고 폐지 추진 등 정부의 주요 국정어젠다가 국회와 협의 없이 이뤄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80%에 육박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높은 지지율이 국회를 우회해서 국민을 직접 상대하는 정치를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노 전 대통령은 국회를 멀리하면서 국정을 이끌었기 때문에 국정과제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다. 문 대통령도 이를 잘 지켜봤을 것이다.
국정 성공을 위해서는 원만한 여야 관계 형성이 기본이다.

seokjang@fnnews.com 조석장 정치부장·부국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