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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이사람] 김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실종아동전문기관 소장 "장기실종아동, 가족찾기 주저 말아야"

김규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27 22:26

수정 2017.07.27 22:26

[fn이사람] 김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실종아동전문기관 소장 "장기실종아동, 가족찾기 주저 말아야"

"어른이 된 장기실종아동이 그리움으로 늙어버린 어머니, 아버지를 찾아야 할 때입니다."

김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소속 실종아동전문기관 소장(45.사진)은 "잃어버린 지 10년이 넘은 장기실종아동이 기관에만 200명을 넘는다. 이제 60, 70대를 바라보는 부모들은 아픔으로 몸이 망가지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워졌다"며 "꿋꿋이 성장한 자녀들이 해결해야 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2015년 2월 실종아동전문기관으로 온 김 소장은 목표가 뚜렷하다. 장기실종아동과 가족들이 만날 수 있는 교두보가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누구도 먼저 나서지 않은 일이다.
장기실종 해결을 위한 실마리가 남아있지 않고, 유관기관 협조 역시 쉽지 않다. 그는 "현재 발생하는 실종아동 1000명 중 999명은 찾을 정도로 실종에 대비한 국가 시스템은 완벽하다"면서도 "장기실종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덜하기 때문에 기관이 나서 그 아픔을 해결해 줘야 한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10년 이상 장기실종아동은 358명, 남아있는 실종아동이 551명인 점을 감안하면 장기실종 해결이 어려운 과제다.

김 소장은 과거 아동들이 해외입양되는 과정에서 실종아동이 대거 포함됐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실제 그는 2015년 전북의 한 아동기관을 점검하던 중 40년 전 해외로 입양된 아이가 실종아동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김 소장은 "입양특례법 도입 전까지는 보호자가 확인되지 않아도 해외입양을 보낼 수 있었다"며 "실종된 아이는 부모님이 자기를 버린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와 비슷한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 소장은 경찰청, 보건복지부를 대상으로 전국 아동보호시설 등을 전수조사해 해외로 입양된 아동들의 신상정보를 파악하고 실종아동 정보와 비교하는 방안을 계속해서 제안하고 있다.

김 소장은 22년을 재단에서 일했고 절반의 기간을 홍보부에서 보냈다. 탁월한 대외협력 능력은 기관에 오면서 빛을 발했다. 다양한 기관을 대상으로 실종아동 홍보를 하면서 장기실종아동들이 기관을 찾게 되고 가족 상봉으로도 이어진 것이다. 올 6월에는 오빠 이재인씨(62)와 실종된 동생 영희씨(59)가 기관을 통해 재회했다. 52년 만이었다.
영희씨가 협력 관계에 있는 한 제과회사 과자 포장지에서 '실종아동을 찾는다'는 기관의 홍보물을 보고 연락한 것이 계기가 됐다. 김 소장은 "장기실종아동들이 자라면서 가족을 그리는 마음이 더 커질 것이라고 본다"며 "이제는 경찰서나 기관에 연락만 하면 유전자검사 등을 통해 손쉽게 가족을 만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장기실종아동에게 주저하지 말고 가족을 찾으라고 말한다. "이 글을 본다면 어머니, 아버지를 꼭 찾으세요. 자식을 만나려고 생업을 포기하면서 전국을 누빈 부모님에게는 마지막 소원일 거예요."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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