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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또 빚 탕감, 도덕적 해이 부추기나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28 17:18

수정 2017.07.28 17:18

세금으로 개인 빚을 전액 탕감해주는 정책이 추진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6일 "장기 소액연체자 중 상환하기 어려운 계층에 대해 과감하게 채무정리를 돕겠다"고 말했다. 대부업체 등이 보유한 10년 이상 연체된 1000만원 이하 채권을 예산으로 사들여 소각하는 방식으로 전액 탕감해줄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한 40만3000명분 1조9000억원 규모의 장기소액연체 채권을 소각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번 조치는 이를 민간 부문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둘을 합치면 빚 탕감 대상자가 8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역대 정부들은 대부분 빚 탕감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원금을 일부 깎아주고 나머지는 이자율을 낮추거나 상환기간을 늘려서 천천히 갚도록 하는 채무재조정 방식이었다. 이번처럼 원금 전액 탕감은 유례가 없다. 정부의 취지는 이해가 간다. 갚을 능력이 없는 취약계층의 묵은 빚을 털어내 재활을 돕겠다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지원방식이 문제다. 지금처럼 빚을 전액 탕감해주는 것은 건전한 정책수단이라고 할 수 없다.

빚 탕감정책이 되풀이되면 안 되는 이유는 너무도 많다. '빚을 안 갚아도 된다'는 인식을 확산시켜 신용질서를 훼손하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도덕적 해이로 이어져 신용질서가 무너지면 시장경제도 존립할 수 없다. 정부가 대신 갚아주는데 누가 빚을 갚으려고 하겠는가. 형평성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우리 주위에는 어려운 형편에도 꼬박꼬박 빚을 갚은 사람이 훨씬 더 많다. 빚 탕감은 이들에게 상실감을 준다. 이들보다 빚을 갚지 않은 사람을 더 우대하는 것은 좋은 정책이 될 수 없다.

국민의 혈세로 개인 빚을 대신 갚는 것은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이라는 비판도 피할 수 없다. 빚 탕감이 한두 번으로 끝날 수 있다면 취약계층을 돕는다는 선의를 인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되풀이된다면 얘기는 다르다. 재정을 풀어 지지를 얻으려는 선심성 정책의 측면이 강하다. 원금 일부도 아니고 전액을 탕감해주겠다는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금융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복지 차원에서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거나 일자리 지원 등을 통해 자력으로 빚 갚을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다. 빚 탕감, 그것도 전액을 탕감해주는 것은 하책 중에 하책이다.
부채 전액 탕감의 악선례를 만들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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