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차장칼럼]소수의견

이세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01 19:01

수정 2017.08.01 19:01

최근 만난 한 최고경영자(CEO)가 말했다. "한국 금융은 공공성 때문에 목소리가 큰 소수를 배려해야 하는게 문제다" 그가 말한 소수는 노동조합(집행부)이다.

'소수'는 집단의 특성상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다수에 속하지 못하는 소수와, 다수를 대표하는 소수다. '소수의견'은 다수에 속하지 못한 의견을 뜻하기도 하지만, 다수를 대표하는 일부의 의견이 되기도 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은 경영진이라는 소수집단에 의해 굴러간다. 머릿수로는 다수인 근로자가 역할면에서는 소수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노조다. 경영진에 맞서 스스로를 대변할 또 다른 소수집단인 셈이다.

새 정부가 들어선 후, 금융노조가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점포 통폐합이 반발했던 한국씨티은행 노사가 극적으로 합의를 이룬지 얼마 되지 않아, 모 시중은행 노조가 갑자기 기자들을 불러모았다. 이 은행이 내분사태를 겪은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했다. 그들은 노조위원장 선거에 사측이 개입했다는 과거를 들춰냈고, 임원들의 녹취록 까지 공개했다. 하지만 목적은 선거 개입과는 거리가 먼 다른 곳에 있었다. 무리한 업무, 과도한 실적 압박, 영업점 축소와 인력 감축, 성과연봉제 추진이 문제로 지목됐다.

노조는 "현 회장이 취임한 이후 주주이익 이라는 명목하에 오직 수익성만 강조하는 쥐어짜기식 경영을 반복해 왔다. 은행산업의 공공성 문제를 도외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금융지주의 회장은 내분사태가 정점에 올랐을 때 취임했다. 창립 이래 가장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지난 2년 반, 그의 행보는 놀라웠다. 조직의 혼란을 잠재웠고, '관치금융'의 낙인을 지워냈다. 그리고 올해 신한금융을 따라잡고 7년여 만에 리딩뱅크에 올라섰다.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했을지는 외부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기자 회견 후 뒷말이 소란스러웠다. "리딩뱅크는 힘들어서 싫다는거야" "내분사태 때로 다시 돌아가자고?"
누가 봐도 그들(노조)의 주장은 억지였다. CEO 임기는 한시적이다. 연임을 해봐야 3년이다. 리딩뱅크의 수혜자는 결국 누구인가. 그래도 배려해야 하는 '목소리 큰 소수'는 그렇게 실체를 드러냈다.

지난 주 출범한 '카카오뱅크'가 하루만에 10만명의 가입자를 끌어모았다. 카카오뱅크 조직의 대다수는 은행원이 아닌 개발자다. 그들은 호칭없이 서로의 영어 이름을 부른다. 공공성과 연공서열을 걷어내고, 고객의 이익과 편리함에 집중한 은행을 만들기 위해서다.

기억해야 할 것은 전면에 나선 노조 역시 '소수'라는 사실이다. 대다수의 은행원은 변화가 필요하다는데 공감한다. 디지털화 흐름이 예상보다 빠르고, 호봉제에 갇혀서는 인터넷전문은행에 뒤쳐지게 될 것이란 위기감도 크다.

소수의견은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
그렇기에 더욱 신중해야한다. 소수이기에 무조건 존중하라는건 더한 억지다.
경영진이건, 노조이건, 다수의 이익을 해치는 소수는 없는 편이 낫다.

seilee@fnnews.com 이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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