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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정치 혼란에도 기업 실적은 순항중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31 17:31

수정 2017.07.31 17:31

트럼프 정부의 정책 혼선에 러시아 스캔들로 뒤숭숭
S&P500 기업들 실적호조.. 상반기 순익 10% 이상 성장
美 정치 혼란에도 기업 실적은 순항중

미국 기업들의 순이익이 실적호조 및 비용절감에 힘입어 6년여만에 기록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각종 정책 헛발질, 러시아 대선 개입 특검 수사 등 지금의 뒤숭숭한 워싱턴 정가와 대비되는 모습으로 볼 수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트럼프 정부의 경기부양책을 딱히 신경 쓰지 않고 있다며 정치적 혼란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수준이라는 데 주목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월 30일(이하 현지시간) 미 시장조사업체 톰슨로이터를 인용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에 포함된 기업들의 올해 2.4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10.7% 증가한 것으로 예측했다. 전 분기 성장률은 15.3%로 순이익 성장률이 2개 분기 연속 10% 이상인 경우는 지난 2011년 이후 처음이다. 매출액 역시 지난 2.4분기에 5% 증가해 최근 5년 새 2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S&P500지수 기업들의 실적은 보도일 기준으로 약 60% 발표됐다.

주가 역시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S&P500지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해 11월 이후 16% 가까이 올랐으며 올해 들어서만 약 10% 상승했다.

영역별로 정보기술(IT) 산업과 금융 산업의 순이익 성장률이 각각 14.2%와 12.4%로 S&P500 평균 성장률(10.8%)을 넘어섰다. 특히 S&P500지수내 IT 산업 주가는 올 7월 중순에 과거 2000년 3월의 '닷컴버블' 시대 기록을 추월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공업(7.4%) 및 건강.의료(6.6%) 분야 순이익도 늘어났다. 하락세를 기록한 분야는 공공설비(-2.8%)뿐이었다.

WSJ은 실적호조 원인으로 달러 가치 약세에 따른 수출증가, 저금리에 따른 자금조달비용 감소, 최저임금 인상에 의한 소비력 향상 등을 꼽았다. 7월 28일 발표된 2.4분기 미국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연간 기준 2.6%로 과거 8년여간 평균 성장률을 웃돌았다. 여기에 기업들의 지속적인 원가절감 노력도 실적향상을 거들었다.

주목할 만 한 점은 트럼프 정부가 미 기업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줄었다는 것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초 취임과 더불어 사회기반시설 투자와 세제개혁을 통한 감세 등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약속했다. 이러한 공약들은 러시아 스캔들과 건강보험개혁법 등 다른 정치문제에 붙잡혀 지금까지도 기약 없이 표류하고 있다. 그 사이 정책수혜주였던 공공설비 분야의 실적이 나빠진 반면 정책에 큰 영향이 없었던 IT 산업의 실적은 급등했다. 미 호텔그룹 힐튼의 크리스토퍼 나세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7월 "올해가 벌써 반이나 지났지만 세제개혁은 아직도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책 도입을 천천히 기다릴 시간이 없을 뿐더러 올해 안에 정책에 따른 수혜를 얻기도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시장조사업체 센티오에 의하면 최근 3개월간 S&P500기업들의 기업설명회에서 트럼프 대통령 및 트럼프 정부에 대한 언급은 약 3분의1 가까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기업들이 트럼프 정부를 둘러싼 혼란을 반기는 것은 아니다.
미 투자사 찰스 슈왑의 오마르 아귈라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순이익이 미래에도 지금 추세로 이어지려면 확실히 세제개혁이 절실하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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