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경제 컨트롤타워, 김 부총리 아닌가

김용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31 17:32

수정 2017.07.31 17:32

[기자수첩]경제 컨트롤타워, 김 부총리 아닌가


"지금 저희가 세법을 가지고 뭐라고 말씀드리기가 애매한 입장입니다, 아시다시피." 문재인정부의 첫 세법개정안 발표를 2주일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기획재정부 세제실의 한 과장급 인사는 "저도 모르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모르겠다"와 "확인해줄 수 없다"는 얼핏 비슷한 것 같지만, 사실 그 간극은 크다. 그가 말미에 붙인 "아시다시피"는 어쩌면 이번 세법개정안을 준비한 실무자의 답답함을 에둘러 고발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조만간 발표될 세법개정안 준비과정은 산만했다. "세율 인상은 없다"던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입장은 여당 실세정치인 출신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등의 증세안 마련 요구로 뒤집혔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초대기업에 대한 법인세율과 고소득자의 소득세율 신설 및 초고소득자의 소득세율 인상안을 구체적으로 제안하면서 김 부총리는 졸지에 거짓말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이번엔 세법개정안이 발표되는 모양새도 전과 차이가 있다. 김 부총리는 7월 28일 언론을 상대로 기재부 명의의 세법개정안에 대한 배경 브리핑을 진행했다. 기재부가 발표하지만 일자리 창출에 대한 세제지원을 포함한 모든 부처가 관련된 세법이 담겼다. 그런데 유독 여당 실세정치인 출신 김현미 장관이 있는 국토교통부는 세법개정안 발표에 앞서 부처 자체 브리핑을 통해 세법개정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러다보니 도대체 나라의 '경제 컨트롤타워'가 누구인지 헷갈리는 상황이다.

처음 김동연 부총리를 경제 컨트롤타워로 임명할 때엔 이러지 않았다. 7월 21일 김 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첫 회동 당시 장 실장은 "경제 비전과 계획은 당연히 부총리가 이끌어간다"며 새 경제부총리에 힘을 실어주는 듯했다. 하지만 정작 부총리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시기에는 오히려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렇게 산만하게 만들어낸 세법개정안은 공식발표 전부터 증세반대론자와 증세론자 모두에게 비판을 받고 있다. 한 대학의 세무학과 교수는 "100대 국정과제에서는 증세가 빠졌다가 1~2일 만에 다시 증세를 한다고 하니 문재인정부에 조세철학이 있는 건지 불안해진다"고 말했다.
증세반대론자는 차치하고서라도 증세론자까지 이번 세법개정안을 비판하는 까닭도 사실 다른 곳에 있는 게 아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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