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빠진 부동산 규제책에 靑 "지금은 큰불 끌 때…잔불은 추후 판단"

보유세·종부세 도입엔 "신중 살펴…예단하지 않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가운데)과 김수현 사회수석(왼쪽), 장하성 정책실장이 지난달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청와대가 3일 고강도 규제책을 담은 '8·2부동산대책'와 관련, "(부동산 가격 급등을) 수요·공급의 문제로만 보지 않는다"면서 "지금은 큰불을 끌 때다. 잔불은 추후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참여정부의 재판이라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선 "참여정부의 실패 과정이 누적돼 마지막에 했던 2007년 1월 당시의 정책을 일시에 시행한 것"이라면서 쿨하게 인정했다. 다만 "당시 기존의 수요억제·공급확대에 대출규제라는 유동성규제를 합쳐 결국 부동산가격을 진정시켰고 최악의 파국은 면했다. 지금의 시장환경도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양적완화와 유동성 규모로 볼 때 상당한 위기요인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시장관리'를 통해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부동산 가격 문제에 대해 "새 정부에게 그보다 중요한 건 없다"고 규정하며 "어떤 경우에도 새 정부는 부동산 가격 문제에 대해 물러서지 않겠다"고 분명히 했다.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는 아직 출범 석 달이 채 되지 않았다. 정책의 일관성이라는 점에서 최소 5년간 부동산 시장을 새로운 구조로 안착시키는 데 대해 확고하고 안정적인 방식으로 진행할 시간을 가지고 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가격 급등? 빚내서 집사라는 부추김 탓"
특히 참여정부에서 부동산정책 실무를 주도했던 김 수석은 이 자리에서 당시 시장상황을 회고하며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굳건히 했다.

김 수석은 "참여정부 당시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을 17번이나 발표했음에도 가격이 많아 올랐다는 점에서 명백한 실패"라며 "이는 새로운 유동성 국면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현 시장상황에 대해서도 "수요공급의 문제와는 다른 차원의 과도한 양적완화에 따른 머니게임이 벌어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진단하며 고강도 대출규제 등의 불가피성을 피력했다.

다만 현재 수도권 아파트값 급등의 원인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두 정부는 10년간 참여정부가 만들어 놓은 규제, 시장질서를 완화하는 것으로 부동산 정책을 펼쳐왔다"며 "2015년 4월 재건축 규제 완화가 가격 앙등의 도화선이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라는 정책적 부추김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새 정부가 규제를 가져온 것처럼 보면 안 된다. 박근혜 정부라더라도 지금 규제를 안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수요-공급만의 문제 아냐"
김 수석은 그러면서 이번 대책에서 공급과 보유세·종합부동산세 인상을 제외한 이유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했다.

"주택 공급을 적게 하면 부동산 가격이 다시 오를 것이라는 비판과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운을 뗀 김 수석은 "지난 3년간 공급된 주택량은 단군 이래 최대다. 솔직히 새 정부 출범 전에는 이렇게 공급돼 주택 가격이 하락 내지 장기 안정될 것으로 예측했다"고 했다. 공급량 확보에도 가격 안정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김 수석은 이어 "강남 등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 앙등은 지극히 비정상적이다. 한 쪽에서 불이 나서 불을 진화해야 하는데 집을 짓지 않느냐고 묻는 것은 온당치 않다"며 "불이 꺼지면 적절한 형식과 적절한 장소, 적절한 계층을 대상으로 공급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9월 주거복지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다.

보유세와 관련해선 "양도세 중과는 발생한 소득에 부과하는 세금이지만 보유세는 정규소득에서 내는 만큼 조세저항이 심하다"면서 "소득이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누진 구조의 세금을 내게 돼 있는데 여기에 손을 대는 것은 상당한 우려가 예상된다"고 했다.

부동산 상황이 더욱 악화될 때 보유세를 인상하려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예측에 대해서도 "어떤 경우도 예단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다만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시기를 내년 4월로 잡은 이유에 대해서는 "양도세의 가장 큰 부작용은 동결이다. 안 팔면 그만이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 내년 4월까지 팔 수 있는 사람에게 퇴로를 열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물이 나와야 시장이 안정되는 효과도 있다는 게 김 수석의 생각이다.
그는 "다주택을 (보유)하려면 사회적 책무를 함께 해달라는 것"이라며 "이번 조치가 다주택자가 (주택을) 안 팔고 동결시키는 쪽으로 갈지 임대사업자 등록이라는 우리 사회가 기대하고 또 가야할 방향 쪽으로 갈지 기다려야 겠지만 후자를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수석은 주거복지강국으로 손꼽히는 네덜란드의 사례를 언급, "공공임대주택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나라임에도 부동산가격이 올라 그로 인한 가계부채가 경제 근본을 위협하고 있다"면서 "주거복지와 시장관리는 다른 문제다. 잘 준비해 대처하겠다"고 했다.

ehkim@fnnews.com 김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