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문무일 총장의 광폭 행보, 다음을 주목한다

이두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03 17:17

수정 2017.08.03 17:17

[데스크 칼럼] 문무일 총장의 광폭 행보, 다음을 주목한다

문무일 검찰총장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그동안의 관행을 깨고 경찰청을 방문해 이철성 청장과 차담을 가진 데 이어 취임인사차 주요 정당 지도부를 예방했다. 광폭행보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한다. 특히 이 청장과의 회동은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검찰은 그동안 수뇌부 공석 등으로 쏟아지는 외부의 개혁 요구에 숨죽일 수밖에 없었다. 문 총장 취임에 따라 진용을 갖춘 만큼 개혁의 핵심 의제 중 하나인 검.경 수사권 조정 등 현안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주목되던 터였다.
검찰로서는 수사권 조정 외에도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수사.기소권 분리 등 검찰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변화 압박 속에 대척점에 서있는 것으로 비치는 경찰 수장을 만나러 간 문 총장의 행보는 당연히 눈길이 쏠리는 일이었다.

검찰 지휘를 받아야 하는 수사체계를 바꿔 독자적인 수사 및 영장 청구권 확보 등 수사권 독립이 숙원인 경찰 입장에서도 두 수장의 만남은 초미의 관심이었다. 경찰은 그동안 총경급인 수사구조개혁단장을 경무관급으로 상향 조정하고 토론회 개최 등을 통해 여론 확산전에 나선 바 있다. 검찰 개혁을 주창하는 문재인정부 초기 확실한 숙원 해결을 위해 조직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는 내부 목소리도 큰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 문 총장이 보여주는 행보는 그가 취임사에서 수차례 밝힌 것처럼 검찰의 '변화'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그는 국민들이 검찰을 신뢰하지 않는 이유로 △내부비리 △정치적 중립성 미흡 △과잉수사 △반성하지 않는 자세 등을 꼽았다. 따라서 투명하고 바르고 열린 검찰상을 지향점으로 제시하며 변화를 주문했다. 조직논리로만 따지면 지금 검찰의 처지는 과거 어느 때와 비견할 수 없을 정도로 위기다. 검찰에 강한 불신을 갖고 있는 문 대통령에다 비검찰 출신 민정수석, 법무장관 등의 검찰개혁 의지가 확고하고 정치권은 검찰의 무소불위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힘 빼기에 이론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국민들 역시 검찰에 우호적이지 않다.

이제야말로 검찰이 검찰다운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 검찰권은 재판권을 제외하고는 형벌권 실현 과정상 모든 작용에 간여한다. 또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사회질서 유지, 공공 복리를 위한 공익의 대표자다. 이런 검찰권이 권력의 시녀라느니 특정 계층의 무기라느니 오명을 쓴 채 편파수사 및 표적수사 시비의 대상이 되는 것은 검찰의 위기가 아니라 국민의 위기다.

그런 면에서 검찰의 변화를 강조한 문 총장이 낮은 자세로 보여주는 일련의 경청 행보가 소위 검찰의 밥그릇 지키기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아니냐는 일각의 시선을 불식시켜야 한다.
검찰에 대한 국민들 기대, 바람직한 개혁의 내용 등을 근본부터 검토하고 바꿔 나가려는 노력이 돼야 한다. 특히 격변기 총장으로서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강요하는 특정 정파 논리를 과감히 거부해야 검찰이 산다.


"검찰의 진정한 봄날을 만드는 데 제대로 기여하지 못한 것이 죄송하다"거나 "공정한 검찰인사를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가 도입됐다면 현재와 같이 비난받는 모습으로 추락하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한다"는 '2003년 검사와의 대화' 참석자들의 회한 역시 새겨 들었으면 한다.

doo@fnnews.com 이두영 사회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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