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yes plus 이 전시] "요즘 젊은 부모에게 '오가닉'은 종교 같아요… 마음을 내려놓고 의지하죠"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03 17:39

수정 2017.08.03 17:39

장종완 개인전 '오가닉 팜'
목가적 풍경에 냉소적 시각 담은 회화.영상.조각 등 40여점 전시
27일까지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장종완 '오가닉 팜' 개인전 전시장 전경
장종완 '오가닉 팜' 개인전 전시장 전경


"2년 전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면서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기 시작했어요. 뭐 하나를 사도 유기농 마크를 확인하고 위안과 안식을 느꼈죠. 그러다 유기농이라는 것에 끝도 없는 맹신을 하는 제 자신을 봤습니다. 지금의 시대는 유기농도 하나의 종교인 것 같아요. 그 단어 하나에 마음을 내려놓고 의지하죠. 거기서 착안해서 이번 전시의 제목을 '오가닉 팜'으로 정했습니다."(장종완)

마음 속 끝없는 불안. 해탈의 경지에 이르지 않는 한 하루에도 마음은 수도 없이 일렁인다. 내가 선택한 것에 대해 끝없이 의심하고 불안해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인간은 이 불안함에서 구원받기 위해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종교를 의지하기도 하고 유토피아를 상상하며 지금의 불안을 덜고자 한다. 그런데 그렇게 꿈꾸는 유토피아를 만약 현실세계에 구현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사자와 어린 양이 함께 뛰노는 농장과 같은 모습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생태법칙에 어긋난다. 자연의 순리를 어긴 채 그 현상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인간의 욕심과 통제가 더해질 수밖에 없다.

제 말 좀 끝까지 들어 보세요(Please Wait until I have Finished), 2017.
제 말 좀 끝까지 들어 보세요(Please Wait until I have Finished), 2017.


이러한 인간이 꿈꾸는 불안한 유토피아에 주목해 장종완 작가는 2009년부터 이를 비튼 작품들을 줄곧 선보여왔다. 거리에서 나눠주는 종교 전단물의 비현실적으로 아름답기만 한 그림에서 영감을 받은 그는 동물 가죽 위에 아름다운 전원의 풍경을 그려냈다. 사슴과 인간이 함께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농장의 풍경을 사슴의 가죽 위에 그렸다. 바닥에 오랫동안 깔려 있었던 곰가죽 카펫이 살아나 호수가 있는 캐나다의 어느 삼림의 풍경을 날카로운 발톱으로 찢는다. 멀리서 보면 나뭇가지 끝에 박쥐가 앉아 있는 조각인 것 같지만 사실 그 가지는 박쥐의 몸통을 관통한 채로 있다. 죽어 있는 박쥐는 입에 네잎클로버를 물고 있다. 이번 장종완의 개인전에는 목가적인 풍경에 냉소적 시각을 담은 회화와 영상, 조각 등 40여점이 전시됐다.


멀리서 보면 아름다운 그림이지만 가까이 다가가 캔버스가 된 모피.가죽 조각들을 보고 있으면 염세적인 느낌이 물씬 난다. 장 작가는 전원 풍경과 동물 가죽을 인간의 탐욕을 상징하는 기호로서 사용했다.
장 작가는 "이번 전시의 키워드는 불안, 환상, 구원"이라며 "어디선가 본 것 같은 풍경이지만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풍경을 그려내려 노력했는데 오히려 너무 완벽해 보이는 풍경을 통해 더 불편한 마음이 들고 맹목적 믿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돌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27일까지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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