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코스피 조정 길게 보는 안목

김영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03 17:42

수정 2017.08.03 17:42

[기자수첩] 코스피 조정 길게 보는 안목

'울고 싶은데 뺨 맞은 격이다.'

전날 발표된 세제개편안과 부동산 대책으로 3일 코스피지수가 크게 출렁였다. 장중 50포인트가 하락한 데다가 20여일만에 2400선을 내주기도 했다. 정부정책 시행으로 부정적 영향이 클 것으로 전망되는 증권업, 건설업종의 주요 종목을 중심으로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하지만 추세적인 하락이 올 것으로 예상하는 우려의 목소리는 그다지 크지 않다.

아이러니하게도 폭탄 돌리기와도 같았던 증시 조정이 늦지 않게 왔다는 점에서 오히려 추세적인 상승이 이어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의견도 내놓고 있다.


그동안 주가 상승을 이끌었던 IT, 경기민감주 등 펀더멘털에는 변화가 없는 만큼 추세적인 상승을 위한 숨고르기라는 얘기다. 코스피지수는 월간 기준 지난해 12월 이후 8개월 연속 상승이라는 무서운 상승세를 보였다. 이 기간 단기간에는 도달하기 힘들 것으로 여겨졌던 2400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은 언젠가 올지 모르는 조정장에 대해 불안에 떨어야만 했다. 코스피가 웬만한 악재는 악재로 여겨지지 않을 정도로 오름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신규 투자자의 경우 이제라도 들어가려니 고점 투자가 부담이 되고, 기존 투자자의 경우 달리는 말에서 내리기가 쉽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조정이 크게 올지도 모른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대기성 자금은 늘고 주변자금으로의 이동이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이날 코스피지수가 상승을 멈추면서 신규투자 및 차익실현을 위한 시간이 생겼다는 것이다. 주가가 오른 만큼 기업들의 실적도 올랐으니 지수가 반등하는 데는 문제가 될 게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2.4분기 실적을 발표한 주요 기업 가운데 절반가량이 시장 전망을 웃돌고 있다.

물론 지수 하락을 마냥 긍정적으로 볼 수도 없고 봐서도 안된다. 주식시장에서 이익을 얻는 투자자가 있으면 손실을 보는 투자자도 반드시 존재하기 때문이다.


북한발 지정학적 리스크와 국내 정책 불확실성 등 대내외 불안요인이 여전한 만큼 짧을 것으로 여겨졌던 조정기간이 길어지게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반대로 지수가 단기 조정에 그친 뒤 빠르게 다시 상승할 수도 있다.
이런 때일수록 단기간의 주가에 일희일비하는 것보다는 시장을 길게 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증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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