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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벼랑끝 KAI…주가 36.36% 폭락, 시총 1조3000억 증발

박소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03 17:54

수정 2017.08.03 21:49

검찰 분식회계 수사에 금감원 감리까지.
'중대한 위반' 드러나면 상장폐지실질심사 대상 해외수주 타격 불가피 
증권사, 이익전망치 낮춰 목표주가도 일제히 하향
[이슈분석] 벼랑끝 KAI…주가 36.36% 폭락, 시총 1조3000억 증발


한국항공우주(KAI)가 위기에 봉착했다. 검찰이 한국항공우주의 분식회계 정황을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금융감독원이 이에 대한 감리를 진행 중인 사실이 확인되면서 한국항공우주 주가는 이틀 새 30% 넘게 폭락했고 시가총액은 1조3000억원 가량 증발했다.

검찰이 하성용 전 사장의 재직시절 분식회계 혐의와 하 전 사장에 대한 횡령.배임 혐의 입증에 자신을 갖고 기소에 나설 경우 한국항공우주 주식거래가 정지되고 기소 내용에 따라 한국항공우주 상장적격성 심사까지 이어질 수 있어 시장은 즉각 관망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한국항공우주의 하반기 실적 개선을 예상했던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검찰 수사의 파장이 한국항공우주의 영업이익 감소로 직결될 수 있다고 우려하며 목표주가를 대폭 낮췄다.

■시장 '패닉'… 檢 수사 '촉각'

3일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이 전날 한국항공우주의 분식회계 관련, 감리를 진행 중인 사실이 알려지고 한국항공우주가 이날 공시를 통해 감리 사실을 '자진신고'하면서 한국항공우주 주가는 정처없이 고꾸라졌다. 이틀 새 주가는 5만2500원에서 3만8500원으로 36.36%나 빠졌다.
지난달 31일 태국에 수천억원대 수출 계약 사실을 공시하면서 5조1000억원대로 올라섰던 시총은 순식간에 3조7528억원으로 주저앉았다.

특히 외국인이 987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주가 폭락을 주도했다. 기관도 277억원어치를 팔아치웠고, 개인투자자가 1205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외국인과 기관이 던진 물량을 고스라히 사들였다. 공매도 거래량과 거래대금도 2배 늘어나는 등 주가 폭락을 부추겼다.

시장은 '검찰발 쇼크'에 한국항공우주 주가 바닥조차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검찰이 아직 수사를 진행 중이기 때문에 기소 여부를 포함한 검찰 수사가 정확하게 발표되기 전까지는 투자의견을 보류하고 관망밖에 할 수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지금 상황은 정보가 제한적이라 외부인이 분석하기 어렵다"면서 "분식회계 정황도 확정이 아니기 때문에 지켜봐야 하며 일반적으로 분식회계는 무혐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검찰 발표 후 가치를 매기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유관기관인 거래소도 검찰 수사를 예의주시하면서 한국항공주가 변동 등의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다만 검찰이 배 전 사장을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한 사실이 공소장을 통해 확인되면 거래소는 규정에 따라 즉각 기업심사위원회를 소집해 매매거래 정지 등을 논의하게 된다. 거래소 관계자는 "상장사 임원 또는 직원이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되면 금액이 자기자본 대비 5% 이상 또는 자산총액이 2조원 기준 2.5% 이상인 경우 상장폐지실질심사 과정에 앞서 매매거래 정지를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항공우주의 자산총액은 2조9332억원으로 2조원이 넘는다. 검찰이 배 전 사장의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하고, 이 금액이 수백억원을 넘을 경우 주식거래가 정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분식회계의 경우 외감법에 따라 '중대한 위반'이 확인된 경우 상장폐지 실질 심사 대상이 된다. 거래소 관계자는 "기업심사위원회가 열리면 횡령.배임, 분식회계에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가치, 재무안전성, 지배구조, 내부통제 등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상장 적격성이 있는지를 판단하다"고 말했다.

■ 투자 관망.보류해야

증권가는 한국항공우주가 진퇴양난에 빠졌다며 회계부정 등 불확실한 이슈가 걷힐 때까지 냉정하게 관망하거나 투자를 보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증권가가 제한된 정보로 분식회계의 진위 여부를 직접 확인할 수 없는 데다 검찰 수사로 한국항공우주의 하반기 수주 입찰 프로젝트와 수리온 생산활동 중단으로 인한 수익 감소도 우려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 하반기 수리온 생산이 전면 중단되고, 해외 수주 지연으로 완제기 수출매출까지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면서 "수리온 양산과 해외 완제기 수출에서의 수익성이 동일하다고 가정하면, 올해 매출과 이익 추정치는 각각 13%, 22%까지 하향조정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바꾼 윤관철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분식회계 혐의는 수주 산업 특성에서 비롯된 오해인지, 실제 의도된 부정인지 진위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고 여파를 가늠하는 것도 불가능한 상황"이라면서 "앞으로 주가는 기업가치보다 센티멘탈에 좌우되는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한국항공우주가 이 같은 상황 속에서도 해외 수주 프로젝트를 따낸다면 기업가치 재평가 가능성도 있다고 기대했다.
이지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항공우주를 대체할 수 있는 국내 항공방산업체가 여전히 전무하다"면서 "해외 프로젝트가 성사되면 기업가치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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