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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금수저의 '병역 반칙' 더는 안통하길

박인옥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04 17:27

수정 2017.08.04 17:27

[여의도에서]금수저의 '병역 반칙' 더는 안통하길


"공정하고 정의로운 병무행정 구현을 통해 반칙과 특권 없는 공정병역을 확립하자."

최근 취임한 기찬수 병무청장이 취임사에서 강조한 말이다. 기 청장이 언급한 '공정병역'이란 노블레스 오블리주(지도층의 책임의식)를 구현하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엄정한 잣대를 적용해 병역 회피.특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것이다.

병역의무에는 '금수저, 흙수저'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그러나 특별한 지위 또는 신분을 이용해 병역을 면탈하거나 특혜 논란으로 사회적 합의 및 화합을 깨뜨리는 반칙 사례가 잇따랐다. 사회관심계층으로 분류되는 고위공직자 자녀, 고소득자, 연예인 및 체육선수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 사회에서 병역 문제는 매우 민감하다. 유명 연예인의 병역기피 의혹이 불거지면 비난이 폭주하고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나 선거철이 되면 후보자나 자녀의 군 복무 여부가 단골메뉴로 등장하고 있다. 상당수 국민이 이들의 병역이행에 관심을 갖는 것은 그들이 반칙과 특권을 동원해 병역을 이행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과 실제 병역면탈이 이뤄졌을 경우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한 분노의 표출일 것이다.

우리는 병역의무(병역판정검사 결과 사회복무요원)를 이행하겠다고 수차례 공언하고도 미국 시민권을 획득하고 대한민국 국적 상실을 통해 병역을 회피한 혐의로 입국이 불허된 가수 유승준씨를 기억한다. 유씨는 '병역의무를 기피할 목적으로 국적을 상실했거나 이탈했던 자는 국적회복을 불허한다'는 국적법이 적용됐다. 이와 함께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입국이 불허되면서 현재 외교부와 소송이 진행 중이다. 그의 병역 미이행 비난여론이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연예인 병역면탈이 사회 문제로 부상했다. 여파는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특히 일부 유명 연예인들의 병역면제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병무당국에서 "합법적 병역면제"라고 밝혔는데도 여전히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불신이 사회 저변에 깔려 있다는 방증이다.

병무당국은 올해 병역사항 신고의무자와 그 자녀가 포함된 고위공직자 3798명, 경기단체에 선수로 등록된 체육선수 2만6500명, 대중문화예술사업 계약을 맺은 대중문화예술인(연예인 포함) 1600명, 종합소득 과세표준 최고 세율 적용자와 그 자녀(5억원 이상) 2629명 등 모두 3만4527명을 사회관심계층인 관리인원으로 분석하고 있다.

내달부터 소위 '금수저'로 불리는 이들의 병적을 병무당국이 별도 관리할 수 있는 병역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이 법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보완조치 마련도 필요하다.
개인의 민감한 사항을 제외하고는 병역사항을 엄정히 관리해야 한다. 특히 법 시행을 계기로 기 청장이 강조한 것처럼 '공정병역'이 우리 사회에 하루빨리 뿌리 내리고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병역을 면탈했는지, 합법적으로 면제를 받았는지, 의무를 성실히 이행했는지 여부 등을 속 시원하게 국민들에게 알려줘야 한다.
이를 통해 '병역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공정한 병역의무 이행'이라는 병무당국의 슬로건이 더 이상 구호에 그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pio@fnnews.com 박인옥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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